결혼 후 삶의 중심에 대하여
직원들과 저녁을 먹다가 어떤 직원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네 살인데, 벌써 가족의 구성원을 자기 자리를 잡은 느낌인데, 우리 와이프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요."
얘기인즉슨, 네 살짜리 딸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주 편하게 지내고, 뭔가 가족의 완벽한 일원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입지가 생긴 것 같은데, 와이프는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뭔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하고, 하나 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신혼 때는 저와 제 아내도 "너네 식구"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제법 다투었습니다. 대부분 다툼의 주제는 "왜 너네 식구만 챙기냐?", "왜 우리 집은 소홀하냐?" 뭐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게 여겨지는 그런 내용들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마트에서 명절 선물을 고르다가, 가격 차이로 다툰 적도 있어요. ^^)
10년의 결혼 생활은 지내고, 지금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결혼의 의미를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직원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자기가 말하는 [가족]은 사실,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족]이야, 결혼은 그 [가족]에 딸이 새로 생긴 가족의 확대가 아니고, 그 [가족]에서 자기가, 또 와이프의 가족에서 와이프가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 거야. 그러니, 와이프가 마치 그 [가족]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전제를 깔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야."
그 직원은 "딸 같은 며느리, 아들 같은 사위가 이상적이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맞아. 그럴 수 있는데, 사실 그건 되면 좋은 거고, 딸이 생기는 건 출산이나 입양을 통해서지, 자식의 결혼을 통해 생기는 건 아니야. 부모님도 자기도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며느리가 딸같이 살가운 건 고마운 일이지, 당연하거나, 꼭 그래야 하는 일은 아닌 거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결혼은 마치 스포츠 선수가 자기가 있던 팀을 떠나, 신생팀에 스카우트되는 거랑 비슷하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소속이 바뀐 거고, 당연히 삶의 중심도, 그리고 보여야 할 로열티의 대상도 달라진 거라고...
사실, 저희 집도,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제가 소속이 어디인지를 나름 정리(?)한 이후부터, 훨씬 평화로워졌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저희 본가에서도 이미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는데, 저만 중간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ㅎㅎㅎ)
많은 결혼하는 커플들이, 온전한 독립, 그리고 새로운 가정에 대한 개념을 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독립은 하지 못하고, 결혼은 시켰으나 온전히 놓아주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
결혼은 부모님의 가정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는 것이고, 부부의 중심은 온전히 그 새로운 가정이어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깔끔한 해결책입니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