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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Jul 09. 2022

감정을 빼고 아이와 대화하는 법

아이는 나쁘지 않아. 나쁜 행동이 나쁠 뿐.


큰 아이가 올해 10살이 되었습니다.


세상 예쁘고 사랑스럽던 아이가, 소년미가 나기 시작하더니, 10살이 되면서부터는 자기 주관이 부쩍 강해지는 중입니다. 고집도 부리고, 때도 강해지고, 가끔은 자기 방 문을 잠그고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부성애가 강한 아빠들, 아이와 사이가 좋은 아빠 들일 수록 사춘기 아이와 관계가 크게 망가지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끔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면, 화를 내면서도 겁이 납니다. "세상 소중한 이 녀석이 미워지면 어떻게 하지? 이 아이가 나를 크게 실망시키면 도대체 어떻게 견디지?"


피곤한 잠투정까지 섞여 아이가 유독 짜증을 내던 날, 아이에게 소리까지 지르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한 참 화를 내다보니, 감정이 격해지고, 아이가 미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겁이 덜컥 났습니다.


 "이건 아니지, 내가 어떻게 우리 아들을 미워할 수가 있어......" 


그래서 감정을 추스르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빠에게 감정이 크게 상한 아이는 대꾸를 해줄 리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이야기를 했습니다.


 "건하야. 건하의 마음속에는 건하가 잘되기 바라는 마음과 건하가 잘 못되기를 바라는 두 가지 마음이 있어. 그 마음들이 매번 싸우면서 건하의 선택을 받으려고 하거든... " 


이렇게, 아이와 아이의 마음을 분리해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건하가 잘되기 바라는 마음은, 건하야 유튜브 충분히 봤어, 이제는 공부해야 할 시간이야.라고 이야기하고, 동시에 건하가 잘 못되기 바라는 마음은 건하야 아니야, 유튜브 더 봐야 해, 이제 막 재밌어지려고 하는데 왜 그만 보려는 거야? 다른 애들은 너 보다 훨씬 많이 봐, 봐봐, 유하(동생)도 계속 보고 있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아빠에게 서운함이 많아 뾰로통하던 아이도, 이쯤 되니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두 마음 중에 어떤 마음이 이기게 할지는 건하가 결정하는 거야. 건한 착한 마음의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나쁜 마음의 마음을 들을 수도 있어. 건하는 건하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이기는 게 좋아? 아니면 건하가 못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이기는 게 좋아?"


"잘되길 바라는 사람..."


건하가 대답합니다. "맞아. 건하야. 아빠는 건하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 중에 1등이야. 아까 아빠가 화낸 건 건하한테 화낸 게 아니라, 건하의 나쁜 마음에게 화가 난 거야. 그래도, 건하에게 소리 지른 건 미안해." 하며, 저도 나쁜 마음을 방패 삼아 사과를 했습니다.


"응. 아빠. 나도 나쁜 마음의 소리를 들어서 미안해." 건하도 이렇게 사과를 했습니다. 


이 대화를 하고 난 이후로, 건하가 짜증을 내거나, 편식을 하거나, 유튜브를 고집할 때면,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 건하, 또 나쁜 마음 편을 들려고 하는 거야?" 그러면 건하도 피식 웃으며 대답합니다. "아. 맞다. 깜빡 또 그럴 뻔했네..."


아이와 나쁜 마음을 구분하고 나니, 아이에 대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나쁜 마음이 나쁜 것일 뿐, 우리 아이는 계속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이도, 자기가 아빠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 나쁜 마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핑계 댈 곳이 생기니, 사과도 더 편하게 하고, 실수에 대한 인정에도 한결 너그러워졌습니다. 


고민이 깊으면 해결책이 생긴다고 했는데, 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그 사랑이 배신감이나 그로 인해 생긴 분노로 변하지 않을지를 자주 고민하다 보니, 아이와 나쁜 행동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아이의 잘못을 대하는 제 자세도, 또 자신의 잘못을 대하는 아이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는 중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잘못에 대해, 또 그 잘못에 감정을 섞어 대하는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들이 있을 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그 대상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니까요.


이럴 때, 꼭 한번 아이와 아이의 마음, 그리고 내 화와 분노의 대상을 정리해 보세요.


그러면, 신기하게 아이와 나, 공공의 적이 생기고, 아이와 나는 믿고 사랑하는 같은 편으로 남게 됩니다.


오늘도, 부모라는 세상 제일 중요한 직업을, 사랑이라는 에너지도 잘 수행하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호두잉글리시 #견과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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