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정도를 국제기구에서 지식경영 업무에 관여하면서 느낀점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knowledge management라고 하는 분야인데 최근에 꽤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데이터와 지식경영에 관련성에 대하여 설명한 글이다. 나는 gender equality/women's empowerment라는 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과 시각은 상당히 gender sensitive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gender라는 개념이 homosexuality/gay and lesbian 등 일차원적인 논의에서 그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젠더의 개념과 생물학적인 성의 개념은 또 다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 젠더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언어와 맥락을 고려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젠더의 개념을 다루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https://blog.bismart.com/eng/knowledge-management-data-management
석사로 국제개발 경영을 전공한 나는 기술적으로는 project management와 result-based management라 불리는 분야에서 technical expertise가 있었고 정책 분야로는 기후변화, 성기반 폭력, 양성평등 등 흔히 cross-cutting/contemporary라 불리우는 분야에 관심이었었다. 국제개발이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실은 끊임없는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한가지 정책분야에 집중하기엔 개인적으로 가진 호기심이 너무나 컸다.
그런 측면에서 처음 국제기구 일을 시작하면서 했던 일이 혁신과 파트너십 업무였다. 했던 일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코소보 지역에 있는 말리셰보라는 지역에 성기반 폭력 비율이 매우 높은데 (주로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가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갈 곳이없는 상황이 핵심 문제였다) 현지에서는 women's shelter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곳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상황이었다. UN Women과 UNDP라는 국제기구의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팀의 미션은 이 women's shelter와 그 도시의 경찰, 공공기관들을 연계하여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조취를 가해자에겐 적절한 법적 혹은 행정적 조취를 취할 수 있는 과정을 좀 더 빠르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팀에서 제안한 솔루션은
1. 현지에서 성범죄나 성 기반 폭력이 일어난 장소와 케이스의 수를 트래킹하는 앱이 있었는데 그 앱을 개발한 기관을 경찰과 연결시킬 것. 지속적인 리포팅과 경찰의 협력을 유지할 것.
2. 그 도시내에 가까운 실질적이고 빠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컬 인적자원을 프로젝트에 도입시키는 것.
3. 국제기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로컬레벨에선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생각하는 효율적인 솔루션을 (로컬들은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다는 사실이 포인트다) 경찰, 공공기관, women's shelter 등등 선 기반 폭력을 주제로 일어나는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에 자주 참여하는 것.
요즘 국제기구 트렌드가 혁신이라고 하면 데이터를 위주로 data visualization 혹은 platform을 통해서 전하는 데이터를 스토리 텔링의 방식으로 많이 여겨지지만, UNDP는 일단 국제개발에서 다루는 범위가 꽤나 넓기 때문에 국가 사무소에서는 각 국가의 정부와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책관리나 공공업무를 배제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중요하기도 하다. 어쨌든 젊고 패기 넘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던 혁신팀은 트렌드를 따라서 1번 솔루션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본 것은 결국 3번이었다. 국제기구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3번과 같이 어찌 보면 회의적인 시각을 많이 취하는 걸 목격했다. 나는 최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싶은 낙천주의자에 가깝지만, 국제기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사실은 상당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역지사지로 로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난해하고 잡히지 않는 그림 같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사실 가끔은 한다.
다시 위에 링크한 기사로 돌아가보면, data는 knowledge management의 과정이며 데이터는 정보가 아니고 정보도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터를 정보를 이루는 제일 기본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정보를 유용한 도구로, 지식을 좀 더 인간적인 요소가 있는 데이터와 정보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인식한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이 추상적인 개념을 일에 접목하기 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앞서 설명했던 성기반 폭력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나의 첫번째 업무였다면 국가사무소에서 지역사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조금 더 정책 분야나 지식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국가사무소는 흔히들 말하는 필드에서 사람들과 솔루션을 찾아가는 부분도 상당히 많지만 지역사무소는 좀 더 그런 국가사무소들을 관리 감독하고 본사의 정책 가이드라인과 업무를 접목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키르기스스탄이라는 국가에서 가정폭력 (domestic violence)의 비율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한 통계를 보면 거의 이전보다 60 %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다른 중앙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이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증가하고 가족들이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불평등한 집안일, 아이와 노인 등이 있는 가정이라면 그러한 불평등한 care work 에 대한 논의가 급격히 늘어났다. 어쨌든 코로나가 시작되고 우리 팀은 팀의 취지에 맞게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적인 도움과 국가사무소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18개국의 사무소를 관리감독하다보니 당시 상당히 뉴스기사를 읽어야하는 일이 많았는데 하루는 한국의 성폭력은 어떻게 해결되고 조취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코로나 시작이후 가정내 성폭력이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의 많은 부분이 경찰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연락 메커니즘이 잘 짜여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전의 성기반폭력에 관한 혁신 업무 경험에서도 경찰의 개입이 꽤나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몇개의 뉴스 기사들을 모아서 (일반적인 지식경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당시 젠더팀 어드바이저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나에게 조금더 구체적인 통계와 이유를 물었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가정폭력이 줄어든것에 대하여) 경찰의 개입이라고 하는데요?라는 것이 나의 유일한 답변이었다. 업무적으로 젠더 일을 많이 해도 내 경험이 유럽과 중앙아시아에 편향되어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유럽 지역사무소에서 한국의 일을 늘어놓는 것도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 뒤에 실제로 우리 팀은 한국에 있는 UNDP사무소와 연계하여서 성기반 폭력에 대한 경찰의 개입과 역할에 대한 웨비나를 열었고 물론 나의 그 때의 작은 개입 (intervention)이 시작점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데이터와 정보가 실질적인 지식경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식경영은 contextualize가 잘 되어야만 데이터와 정보가 모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 맥락없는 정보와 데이터는 기능을 잃는다. 하지만 올바른 맥락에서 한국의 좋은 케이스가 중앙아시아의 가정폭력 증가에 대한 문제에 경찰의 개입이 중요하다는 정보 (흔히들 best practice라고 설명되어진다)가 공유되는 것은 효과적인 지식경영 사례임에 분명하다.
유라시아에 있는 유엔 사무소가 한국과 연계하여 웨비나를 여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 당시 우리팀은 gender backlash라는 주제로 Central European university와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팀의 리서쳐들이 한국, 중국 그리고 키르기즈스탄을 case country로 정하여 우리 팀은 방콕에 있는 젠더 어드바이저와 한국에 있는 undp 사무소와 협력할 수 밖에 (?)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 때를 시발점으로 동아이사에 있는 undp 사무소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공유한 기사에서는 비지니스 차원에서 지식경영이 회사 일의 효율과 효과성을 모두 도울 뿐 아니라 집합적 지능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서치 프로젝트로 시작된 UNDP 안에서의 가까운 코디네이션과 파트너십이 (사실 같은 기관이라해도 지리적으로 정책적으로 거리가 있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흔하지 않다)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개입 방법을 찾는 솔루션으로 이루어진 경우. 이런 경우가 집합적 지능이 효과적으로 쓰여지고 (물론 회사 안에서의 지적 & 인적 자원 측면에서) 비지니스 오퍼레이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케이스가 아닐까 한다.
지식경영은 data 와 information과 같이 한번에 눈 앞에서 결과를 볼 수 없는 과정이다. 시간을 두고 효율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선별해야하며 맞는 맥락에 올바르게 배치하는 것이 지식경영의 목적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조금이나마 알것 같은 이 일은 generative AI와 집합지능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요즘 시대상에 앞으로 한동안은 수요가 있을 것 같은 job function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