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종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IGE Dec 13. 2019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국소설; SF소설

땅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고, 다들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을 하며, 각자 생산한 것들을 나누고 즐기는 유토피아 세상. 예전에는 유토피아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유토피아를 그리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그리다 자주 멈출 것이다.


땅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는 다는 것은 돈의 형태가 가치를 잃는 것일테고 그러다 보면 다른 형태의 화폐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 다들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은 그 노동의 양과 질이 다를텐데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 과연 각자 생산한 것을 나누고 즐기는 일에 모두가 만족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 저 사람보다 내가 생산하는 것이 더 고되다고 생각하면 그 나누고 즐기는 일이 지속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들이 꼬리를 문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어쩌면 가장 무능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일단 인간을 넘어서고 싶어요. 우리의 몸은 너무 한계가 많죠. 특히 제가 딸 서희를 가졌을 때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얼마나 많길래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한숨이 나왔다니까요. 더 나은 몸을 가질 수 있다면 꼭 이대로의 몸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잖아요? 인간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상상하면 재미있어요. 아마 그렇게 되면, 우리가 꼭 땅 위에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겠죠.
- 김초엽 한국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유토피아를 그리려다보니 잘 그려지지 않아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경계들을 그려냈다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ㅡ가정이라고 할지라도ㅡ 긍정적 사회를 그리는건 부정적 사회를 그리는 것보다 터무니없고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게 미래의 단편들을 보여줬지만 나는 그 미래의 모습보다 개개인이 갖는 감정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결국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미래를 살아가겠지. 그렇다면 지구 이외의 확장, 우주에 간다거나 죽지 않는 신체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까.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김초엽 한국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영화나 미디어 말고는 SF를 잘 접하지 않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았다. 평소에 SF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토 히로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