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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IGE Jul 01. 2020

조지오웰 [동물농장]

영미소설


18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를 때까지의 소련 정치 상황을 우화 형식으로 빗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1945년에 출간 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우화를 보며 암담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대통령을 밀어내기도 하고 안경을 쓴 아나운서나 남녀 불문 통일 된 유니폼을 입겠다는 항공사를 보며 그래도 우리는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노동자들의 똑똑해지고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아는 내 다음 세대들이 있으니 믿어도 되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가 문득 한심해졌다. 우리가 이만큼 일궈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보다 더 똑똑한 돼지들 손아귀에서 돌고 있었다는 두려움이 덮쳤다.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이나 어떤 특권 의식 때문에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지요? 사실 우리 돼지들 대다수는 우유와 사과를 싫어하오. 나도 싫어하오. 우리가 이것을 먹는 유일한 이유는 오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동무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지만, 우유와 사과에는 돼지의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특정한 영양소가 들어 있소. 우리 돼지들은 두뇌 노동자요. 이 농장의 관리와 조직 전체가 우리 어깨에 달려 있소. 밤이나 낮이나 우리는 여러분의 안녕과 복지를 챙기고 있소. 우리가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것은 바로 여러분을 위해서요. 만일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게을리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소? 존스가 돌아올 거요! 그렇소, 존스가 돌아올 겁니다! 틀림없소, 동무들."

조지 오웰, 동물농장, 펭귄클래식 코리아, e-book 33%


여전히 말을 옮기기 좋아하는 가짜 뉴스들이 팽배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프레임들을 씌어 인간들을 벼락으로 몰아내기도 한다. 우리는 아둔한 군중처럼 헤드라인과 자극적인 단어에 휩쓸리고, 나는 그 안에서 갈팡질팡한다. 하룻밤 사이에 지워진 계명 앞에서 어제의 계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다.


《동물농장》을 읽으며 심장이 뛰었다. 그들의 세치 혀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다 내 생각이 툭하고 끊어졌다. 동물농장 28회차에 나온 박한선 박사는‘인간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갖게 되면 타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 할 수 있고 그 시간과 노동력을 사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니 인간을 믿는 것보다 시스템을 바꿔야 된다고 말한다.스크린에 나온 박사와 그의 말을 들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앎의 중요성에 대해 동조했다.

동물들은 풍차를 하나 더 건설하느라 열심히 일했다. 그 풍차가 완공되면 발전기를 설치할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스노볼이 예전에 동물들에게 꿈꾸도록 가르친 사치품, 즉 전등 시설과 온수와 냉수 시설을 갖춘 외양간과 일주일에 삼 일만 일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그러한 생각이 동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 그는 진정한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사는 데 있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펭귄클래식 코리아, e-book 76%


그러나 나는 책을 읽을 때, 옳은 말을 하는 미디어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일 때 그 뿐이었다.

다시 현실에 닥쳐 이 좁은 닭장 같은 곳에서 모니터와 키보드에 기대어 돈을 벌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해낼 수가 없다. 권력을 잡을 수 없으면 권력에 순응하는 일이 맞는거라는 박사의 말만 남는다. 알아야겠다는 의지는 그 때 뿐이고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산 자본가들에게 휘둘리다 보면 우매한 군중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만다.


하기 싫으면 나가. 너 말고도 할 사람 많다는 폭력적인 자본가들에게 저당 잡힌 삶. 나는 없고 그들이 원하는 노동자들만 있는 삶. 인간을 믿기 전에 의심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박사의 말이 현실 속에 처박힌 내게 갑자기 버거워졌다. 복서가 가엽고 나도 가여워졌다. 나는 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법을 먼저 알았는지 이제 더이상 내 탓을 하기도 지친다. 나는 바꾸고 싶은 것인지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동물농장》은 읽기 쉽고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이 다뤄야 하는 하급 동물들이 있든, 우리에게는 하층민이 있습니다!"

조지 오웰, 동물농장, 펭귄클래식 코리아, e-book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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