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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Oct 24. 2019

[취 프로젝트] 한창균 선생님의 바람이 부는 대나무 숲

한창균 선생님과 함께한 푸르른 곡성 출장


곡성에 계시는 한창균 선생님


“우리 곡성 간다!”


10월 22일 아침 8시, 취 프로젝트는 죽공예 선생님, 한창균 선생님을 뵙기 위해 용산역에 모였습니다. 선생님은 전라남도 곡성에 작업실을 마련하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곡성은 우리에게 2016년 나홍진 감독의 스릴러, “곡성”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영화 “곡성”이 웰메이드 공포 / 스릴러 영화로 극찬을 받아, 장소 곡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조금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요? 

한창균 선생님께서 취 프로젝트 드롭퍼 대나무 조각과 홀더를 만들어 주시는 곳이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대표님을 제외한 취 프로젝트 팀원들은 한창균 선생님을 영상으로만 뵈었기 때문에, 영상으로 뵈었던 한창균 선생님을 직접 뵙고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아침부터 설렌 마음으로 서로를 반겼습니다.


곡성에서 죽공예를 하시는 한창균 선생님의 인터뷰 영상. 취 프로젝트는 선생님과 함께 대나무 디퓨저 홀더와 드롭퍼를 개발했습니다.


남행 KTX 밖의 풍경 색감은 점차 고와지고, 맑은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곡성역에서 하차 준비를 하니,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따듯한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작지만 깨끗한 곡성역 밖엔 영상에서만 뵙던 한창균 선생님이 취 프로젝트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마주해주시는 모습은 가을 하늘만큼 맑았습니다. 대표님의 소개로 인사를 드리고, 한창균 선생님 차에 올라타 곡성 출장을 시작했습니다.



곡성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한창균 선생님은 젊으시고, 눈빛과 행동에 따듯함이 넘치셨습니다. 작은 눈은 웃으실 때 반달로 주름지시며 반짝 빛났습니다. 사람 자체에서 넘치는 밝은 생기가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하셨습니다.


“점심은 바로 먹으러 갈까요? 최근에 맛있는 파스타 집이 생겼는데 파스타 어때요?”


곡성에서 파스타라! 생각 외의 조합이었지만, 선생님이 맛을 보장하신다는 말씀에 믿고 따랐습니다. 그리고 파스타 맛은 대성공. 파스타론 까르보나라, 토마토 파스타 이 두 메뉴만 하시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두고두고 생각납니다. 무엇보다 공예를 좋아하시는 젊은 사장님의 차분한 가게 분위기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곡성 풍경과 어울렸습니다.


곡성 경찰서 건넌편에 있는 "봄 파스타"집. 건물의 간판은 옛 것을 그대로 살렸다. 


선생님과 대나무 숲


식사 후, 취 프로젝트의 곡성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행선지는 선생님이 작업하시는 대나무를 수급하는 대숲. 대숲은 곡성 읍내에서 약 40분 거리인 담양에 있었습니다.

죽녹원, 소쇄원으로 유명한 담양엔 자생하는 대나무 숲이 꽤 많습니다. 그중 선생님의 대숲은 담양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어느 한적한 주택 뒤로 울창한 녹음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선생님만의 비밀스러운 통로를 통해 들어온 대나무 숲.


그 안은 밖과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세로로 뻗은 대나무가 높이, 그리고 깊이 사방을 에워쌉니다. 15m가량 위에 있는 댓잎이 서로 엮이며 수풀 바닥에 스포트라이트를 만들고 없앱니다. 바람이 불면 저 멀리에서부터 소리가 넘어와 머리 위로 휘몰아칩니다.


길쭉한 패턴의 대나무 숲


“진짜 예뻐요!”라는 감탄사를 연거푸 외쳐도 아쉬울 만큼 큰 감동을 주는 대나무 숲. 대나무 숲엔 마냥 대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댓잎이 쌓인 부식토에서 피어나는 흰 레이스를 가진 망태버섯, 대나무와 함께 자라는 작은 차 나무까지 - 대나무 숲엔 대나무가 일군 작은 생태계가 있었습니다.


차나무엔 꽃이 피었고, 망태버섯은 베어진 대나무 동 옆에서 막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숲에서 발견한 다양한 대나무에 대해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대나무는 약 40일 안에 끝까지 성장하며, 어린 대나무일수록 색이 푸르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색이 황금빛으로 변하는데, 사후엔 검은 점박이 멋스럽게 들기도 합니다.

 

대숲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한 그루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곧고 굵은 대나무는 아직 자라고 있는지 아주 싱싱판 푸른빛이었습니다. 이 대나무의 어릴 적 모습도 사진으로 자랑해주셨는데, 좋은 대나무에 상기되신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친구는 어떤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될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사랑하시는 대나무 숲.



선생님의 공간


대숲에서의 감동을 여운으로 남긴 채, 취 프로젝트는 다시 선생님과 함께 곡성에 있는 공방으로 향했습니다.


작은 가정집을 개조하신 선생님 공방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만드신 죽공예 작품들이 알맞게 찬장과 벽, 바닥에 놓여있었습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창문 밖으로 동네 모습이 보였고, 그 앞엔 차를 대접하고 마시기 위한 작은 돌 탁상과 차 도구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손이 닿은 평화로운 공방 모습


그곳에서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차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취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돌 탁상과 다양한 모양의 찻잔, 귀여운 이끼.


선생님은 차를 마시면서도, 애정 하시는 다양한 물건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저희가 마시는 물은 근처 산 위 약수터의 물입니다. 찻잔들은 도예가이신 친구 분이 작업해주신 것들이고, 어떤 컵은 돌가루를 넣어 더 가벼웠습니다. 차를 마시는 돌 탁상은 지인 분께서 산에서 발견하신 물건이었습니다. 그 탁상 위 작은 홈엔 이끼를 키우시는데,  이 이끼는 마당 밖 돌담에서 떼어 오신 것이라 하셨습니다. 물을 주고 온도를 잘 보살피니 몇 주 째 잘 자라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공방엔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어떠어떠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넘어, 무엇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어서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물건들은 선생님이 자신의 애정을 표현해주실수록 눈에 더 많이 보였습니다. 손 안 간 곳이 없는 선생님의 공방 - 하지만 꾸밈에 힘을 쓰지 않은,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그곳과 선생님의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선생님과 대나무


이후 선생님과 함께 대나무를 사용해 간단히 팔찌를 만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대나무 공예는 1부, 2부로 나뉠 수 있는데, 1부는 대나무를 쪼개는 것이고, 2부는 쪼갠 대나무를 엮어 물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시범으로 1부가 진행이 되었고, 2부는 함께 대나무를 만지며 각자의 팔찌를 제작하였습니다.

대나무는 사실 나무가 아니라 풀입니다. 언뜻 봐서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대나무 통을 0.5mm까지 쪼개는 과정을 목격하니, 많이 쪼갤수록 풀처럼 그 결에 따라 부드럽게 찢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재료가 주어지고, 취 프로젝트 팀원들은 선생님 지도에 따라 대나무 뱅글 팔찌를 제작했습니다. 과정은 어렵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대나무란 소재가 탄성이 있어 다루기가 처음엔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물을 묻혀 그 탄성을 조절하고 감각이 손에 익으니, 힘이 있는 대나무를 활용해 단단한 팔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모두 똑같이 선생님을 따라 했지만, 성향에 따라 조금씩 결과물이 다른 것을 보니, 이것이 바로 손맛이 가득한 수공예의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팔찌 완성! 선생님께서 반지도 만들어주셨습니다.


선생님과 곡성의 대나무, 그리고 취 프로젝트


팔찌를 제작하니 벌써 떠날 시간. 해는 수평선을 넘어 어느덧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취 프로젝트에게 대나무 숲과 제작 과정을 보여주시고, 무엇보다 너무 좋은 시간을 제공해주신 선생님께 연거푸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아쉬운 마음을 갖고 서울행 기차를 탔습니다.


곡성에서의 시간은 마치 꿈만 같습니다. 서울과 달리 탁 트인, 넓은 하늘.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한 대나무 숲의 실루엣. 음악 소리에서 차의 맛까지 완벽했던 선생님의 공방. 초록색, 하늘색, 갈색 팔레트와 차를 내려주시는 물소리로 곡성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군더더기가 없는 분이셨습니다. 차림에서, 행동에서, 작업 과정에서. 선생님의 공방과 작업 철학을 듣게 되니, 선생님과 함께 제작하는 취 프로젝트의 대나무 디퓨저 홀더와 드롭퍼 조각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 본 대나무 숲의 대나무가 물건이 되기까지, 그 재료의 물성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의 애정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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