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Feb 02. 2023

나의 배추적은 엄마의 김장김치다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배추를 심심하게 구워 간장에 찍어 먹던, 그 맛이 생각나는 달콤한 칼럼을 읽었다. 배추적(배추전)이라는 요리를 처음 접한 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다. 치열한 도시살이를 하던 20대 젊은 청년 혜원(김태리 분)이 시골로 내려간다. 눈 내린 겨울 밭에서 꽁꽁 언 배추를 발견하고 뽑아와서 씻고는 칙 소리 나게 프라이팬에 올려 부쳐먹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해외살이를 오래 하던 나는 그 영화를 본 뒤로 가끔 심심한 배추적을 해 먹고는 했다.


나에게 배추적은 바로 엄마의 김장김치다. 경상도식이다. 어릴 때는 시커먼 지렁이처럼 생긴 것 때문에 그것만 빼고는 먹곤 했다. 이제는 알게 됐다. 바로 이 청각 때문에 고유한 맛이 난다는 것을. 엄마는 청각이 젓갈의 잡내를 잡아준다고 했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해조류, 외모도 맛도 특출난 청각이 들어간 엄마의 김장김치. 엄마의 김치는 젓갈류를 제외하고는 모든 식재료를 직접 밭에서 일군 것으로 한다. 게다가 함께 돕는 아빠는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다. 덕분에 깨끗하고 건강하고 특별한 맛이 있는 엄마의 김장 김치를 매년 먹고 있다.



이번 겨울, 엄마는 김장김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처음 버무린 소스의 배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담가서 보내셨다. 그래서 우리 집에 이틀 동안 살짝 다른 맛의 두 가지 버전의 김장김치가 도착했다.


삼겹살을 구울 때 잘 익은 배추김치는 단골로 빠지지 않는다. 지글지글 삼겹살에 빠져나오는 기름에 구워 먹고 나면 아들내미의 특별한 주문도 있어진다. "엄마 다 먹고 밥도 볶아 주세요..." '오냐... 나에게 엄마의 김치가 있다면, 넌 할머니 김치가 들어간 엄마의 김치볶음밥이 있지.' 둘째 아들내미는 김치전을 특히 좋아한다. 또 다른 우리의 소울푸드는 김치찌개다. 사실 나는 이 김치찌개를 매일 먹을 수 있을 만큼 소울 푸드다. "몸이 아프잖아? 먹으면 싹 낫는다." 말할 수 있을 만큼.



엄마의 솜씨를 맛볼 수 있는 우리 아들내미들까지는 큰 복 받았다. 나는 그 맛을 이어갈 자신이 솔직히 없다. 오늘 칼럼을 읽으니 한 번 마음먹고 김장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야겠다 싶지만, 들어갈 식재료 자체가 달라지고 정성도 다르니 같은 맛을 기대하기란 어렵겠다.


* [데스크시각] 나의 배추적 이야기를 읽고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처럼 사는 거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