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이
내 마음속에 슬며시 찾아왔다.
처음엔 낯선 방문자에게 당황스러워
고개를 저었지만, 녀석은 천천히 다가와
하얀 가루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 가루는 처음에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내게 안겨주었다.
가루가 마음속에 스며들 때마다
작은 저항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나는 점점 그 가루에 익숙해졌다.
하얀 가루는 내 마음 구석구석을 채우며,
마치 부드러운 눈송이처럼 내 감정을 덮어갔다.
가루는 차갑고도 따뜻했으며,
나는 그 속에서 점차 평온함을 느꼈다.
그러나 평온함도 잠시 어느 날에는
하얀 가루가 송곳처럼 날카롭게 내 마음을 찔렀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만둬!"라고 외쳤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가루를 뿌려댔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루는 온 마음을 가득 채웠고,
나는 이제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녀석이 뿌리는 가루는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가루의 부재가 두려워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낯선 방문자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 녀석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그러자 녀석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나를 '사랑'이라고 부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