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남함페 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이제 겨우 시작이건만 큰 단계를 지났다는 생각에 굉장히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또 총회 때 내뱉은 말이 있으니 그것을 주워담으려면 게으름 피울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여차저차 못 온 분들도 있어서 실 참여인원은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대략 서른 명의 인원이 공간을 꽉 채웠고 개중 비회원도 7~9명 가량 있었다. 보통의 총회를 떠올려보면 회원일 때도 참여가 여간 번거로운데, 그것도 주말 낮 시간에 이렇게 많은 참여라니 너무 감동이다. 어쩌면 그만큼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페미니즘 모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남함페 활동가들도 그런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그 시간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참 열심히 준비했다. 정민의 레크레이션은 늘 그렇듯 사람을 기분좋게 하면서도 그간의 남함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고 쉬는시간 감자의 NPC 게임 영상은 남함페라는 단체가 진지하고 어려운 활동만 하는 게 아닌 다방면으로 문화를 개선하고 돌봄을 실천하고 있음을 느껴지게 했다. 그렇다고 또 총회 본질을 놓칠 수는 없어서 태환이 타운홀이라는 21세기 프로그램을 활용해 복잡하고 어려운 안건 상정과 의결을 가볍게 만들어줬고 모두가 기피하는 회계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줬다. 연웅은 특유의 에너지로 2부 임원 선출 과정을 즐겁고 효능감 넘치게 만들어줬고 무엇보다 정관과 내규를 다듬어 남함페 활동에 체계를 잡아줬다. 앞에서는 근우가 참여자를 환대하며 준비한 동구밭 여행세트를 나눠줬고 승수, 대연, 봄밤을 비롯한 활동회원들은 각각의 테이블에서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는 사람을 맞이해줬다. 상기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 남함페 활동을 열심히 사진으로 기록해줬고 명진은 뒷풀이 자리를 찾느라 이대를 누비며 뛰어다녔다. 그외에도 내가 채 보지 못한 물밑의 발장구가 얼마나 많았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어쩌다 이렇게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됐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도 감사한 마음이다.
내년 포부가 (나름) 크다. 후원회원도 20% 가량(그래봤자 열 명쯤이다) 늘리고 싶고, 교육이나 학술연구 사업을 통해서 더 많은 의제와 사람을 발굴하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이 계속 재밌게 이곳을 찾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워낙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그런지, 단체가 크게 성장하기보다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지속가능하게 하는게 더 중요하지 싶다. 아무래도 험난한 시기라 더 그런 것도 있지만, 대의를 위해 단체를 키우겠다고 하다가 사람 갈려나가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도 계속 단체와 나 사이의 거리두기에도 신경써야지.
2023년 ‘하 수상한 시절에도 멈추지 않는’ 남함페는 2024년 ‘포기하지 않을 용기’가 되어보자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둡고 답답한 세상에서도 절망을 BGM 삼아 계속 춤추며 나아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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