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오이 Jun 03. 2022

나의 단어 사전: 성실과 상실

저는 어디서든 언제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어디서든 언제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합니다.” 


나의 자기소개서에서는 늘 ‘성실’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나는 내가 성실하다고 오해하며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10년 넘게 꾸준히 비슷한 경력을 쌓으면 온전한 내 자리가 있을 줄 알았다.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시대에 살면서 내 성실의 자리도 있을 거라고 믿는 바보였다. 일에 대한 보상과 기쁨은 단 하나였다. 내 책임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 무수히 많은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끝까지 나는 책임졌다고 믿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책임을 준 적이 없었다. 단지 나를 통해 조금 더 수월하게 일하기를 원했던 그들이었다. 내가 믿던 책임들은 사라져 버렸고 지나가버린 경력 한 줄로만 남았다. 


성실: 정성스럽고 참됨

상실: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짐.


성실함은 늘 나에게 다양한 상실을 불러왔다. 누군가는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조금만 유연 해지라고 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모두가 성실하다고도 했다. 내가 겪은 사회는 성실하지 않았다. 성실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망스러웠다. 내 성실함이 그들에게 도구가 되는 것 같았다. 오히려 성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른 곳에서였다. 언제나 깨끗한 거리, 늘 같은 시간에 오는 버스와 같이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성실함도 누군가에게 발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사라 지지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간다. 큰 성과를 바라지 않으며 어느 순간 상실감이 몰려와도 견뎌낸다. 견디고 견디다가 지치면 누군가 잠시 쉬어도 좋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성실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조금만 견뎌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지금 나는 일도 없이 불성실하게 살아간다. 물론 가족을 위한 성실함은 언제든 발휘된다. 때론 누군가에게 성실의 상실이 필요하다. 가끔은 성실하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라도 내 성실함이 나에게 남도록 살아가려고 한다. 더 이상 내 성실함이 상실을 불러오지 않도록 말이다. 남을 위한 책임보다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겠다. by. 252. 

작가의 이전글 나의 단어 사전: 추앙과 사랑, 존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