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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결 Aug 25. 2021

방충망이 없으면

방에는 벌레가 가득하겠지

꿈을 꿨다.

[꿈 이야기]

침대에 누우러 가는 한밤의 어두운 방.
내 방 천장에 나방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채도가 낮은 푸른빛의 날개를 가졌고,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나방이나 풍뎅이처럼 몸통이 무겁고 둔탁한 벌레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나에겐 엄청난 공포였다.
피곤해서 잠들려고 하는데 나방이라니.
저걸 보고 그냥 불 끄고 잘 수는 없는 노릇.
 
'왜 나방이 들어왔지? 문은 모두 닫았는데 어디서 저렇게 큰 나방이 들어왔지? 어떻게 죽이거나 쫓아내지?' 하며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얼어붙어있었다.

그리고는 방을 보는데 가족인듯한 누군가가
"아, 아까 누가 환기시킨다고 창문 열어놨는데 안 닫고 잠들어서 들어왔나 봐."
"방충망 안 닫고 창 열었던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중에 방이 환하게 밝아졌다.
창 밖에서 빛이 들어오는 오전 또는 한낮쯤으로 바뀌었다.

밝아진 방 안을 둘러보니 천장 말고도 벽에 크고 작은 나방과 알 수 없는 곤충 몇 마리, 거미, 내 팔 길이보다 조금 짧을 것 같은 사마귀 등이 있었다.
아. 곤충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그런가 힘들고 답답하고 두렵고 막막했다. 가위눌린 적은 없지만, 가위에 눌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상황응 파악하고나니 '방충망을 왜 열었을까! 왜!? 아니다. 왜 안 닫을까? 잠깐 열 수 있지만 닫았어야지!! 어쩌지...' 하는 후회가 들었다.

잠에서 깼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생각해봤다.

먼저는 어제 식물들 바람 쐬준다고 이중창 중 하나를 열어두고 식물을 내놓고 잤다. 당연히 방충망은 닫아두고. 그래서 생긴 막연한 걱정이었을까 싶었다.


침대에 반쯤 뜬 눈으로 꿈을 곱씹어 봤다.

꿈의 여운 끝에 꿈이 주는 의미가 생겼다.


우리 마음에도 방충망이 없으면 어느새 벌레가 들어와 있을 것이라는 교훈이었다.


마음이 어두운 밤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 어딘 가에 벌레들이 모여서 정글 파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마음에 빛이 들 때가 오면, 그제야 나도 모르게 이미 내 방에 집을 짓고 있는 벌레들을 보며 탄식할지도 모른다.


마음에도 방충망을 꼭꼭 잘 닫아둬야겠다.

방충망이 있어도 환기는 잘 된다. 방충망까지 열어버릴 필요는 없다.

지킬 선은 지키고, 거를 것은 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분노, 화, 상처, 아픈 기억, 미움, 시기, 질투, 탐욕, 음란, 비난, 비아냥, 판단, 정죄 등등 벌레처럼 해로운 것에 너무 나를 내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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