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였던 심야오 씨는 김놀자의 회사 동료로, 김놀자의 집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살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심야오씨의 존재를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지만 막상 친해진 건 심야오씨가 L사로의 이직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업무를 함께 하면서 생각보다 좋은 사람을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나쁘게 생각했었던 건 아니다. 그냥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긴 하지만.)
회사 내에서 심야오씨가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사람 자체도 평범하지 않다 보니 친분을 쌓기 전에도 심야오씨에 대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알고 있었는데, 사내 밴드 가입을 위해 삼 개월 동안 노래방에서 '라젠카 수련'을 하며 기다렸던 일이나, 태풍 솔릭에 대비하여 전사 휴무를 요청하는 글을 올려 직원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지만 막상 솔릭을 홀릭으로 잘못 적어 '수정됨' 솔릭 홀릭 으로 남겨지게 된 일들은 몇 번을 얘기해도 질리지 않는 아주 재미있는 소재다.
개인적으로 겪은 심야오 씨에 대해서라면 신사 중화요릿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게의 실수로 한 시간 가까운 웨이팅을 하게 되어 몹시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로 나온 짬뽕 국물을 먹자마자 '음? 이 집은 맛이 깊은데요' 라며 180도 변했던 것이나, 식사를 하는 내내 '맛있네요. 여기 수준급이네요. 볶음밥의 불 맛이 살아있네요' 라며 충분한 만족감을 드러냈던 것은, '아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친해져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뒤로 심야오 씨는 어떤 사람인가 - 가 궁금해져서 생각날 때마다 뭐하냐고 연락을 했었는데 (결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음을 내 월급을 걸고 말할 수 있다.) '혼자서 노래방 왔어요' 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다음이 '뭐 먹으러 왔어요' 였다. 대화 중간 오버액션 토끼 이모티콘을 쓰는 것도 심야오 씨의 특이 포인트 중 하나이긴 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모티콘을 돈 주고 산 건지 선물 받은 건지 궁금해졌다.
여하튼 특이하기는 정말 특이한 사람인데, 국적이 중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1차 놀랐고(아직도 국적이 중국이거나 화교로 아는 사람들이 꽤 될 듯) 정작 중국에서 있던 시간은 짧고 한국에서 있던 시간이 훨씬 길다는 얘기에 2차 놀랐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한국 친구들 이야기나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원래는 서울에서 출퇴근을 했었으나 L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김놀자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를 왔었는데,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리와 함께 집들이 명목으로 심야오 씨 집으로 놀러 갔었다. (그리고 그 날의 경험을 브런치에 남겼었다.) 심야오 씨 집엔 유독 갈아 만든 배와 안동 소주, 마카다미아가 많았는데 그때 먹은 갈아 만든 배와 마카다미아의 맛은 요즘도 종종 생각이 난다.
집이 가까워 회사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전화로 불러 내 게임도 하고,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동네에 친한 지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었는데, 그런 심야오 씨는 또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서 며칠 전 살던 집에서 짐을 뺐다.
그나마 짐을 빼기 며칠 전, '만들고 싶어 만듦2' 멤버들과 함께 청계산에 갔다가 심야오 씨 집에 가서 게임도 하고 밥도 시켜먹고 논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우리의 만남은 각자가 어디에 있더라도 자주자주 얼굴 보며 지낼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가 떠나니 (그리고 또 누군가가 떠날 예정이기도 하니) 똑같은 동네인데도 무언가가 하나 빠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곤 한다.
내가 심야오 씨를 친구로서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성격 좋고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가장 가까운 혈육을 닮기도 했기 때문인데, 그런 심야오 씨가 어딜 가서라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그리고 만싶만2 멤버들이 심야오 씨 속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걱정들을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종종 얼굴 보고 밥 먹고 술도 마시면서 나의 소식을 전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오랜만에 만싶만2 채팅방에도 말을 걸어봐야지.
앞으로도 계속 '쪄머(?) 콰이 취츼 야탕'
동네 친구였던 심야오 씨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