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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 Jan 30. 2019

진짜 만날 수 있어요?

sk텔레콤 드림프로젝트




“엄마, 나... 보면 안 돼?”

안 돼! 얘가 미쳤어 잠은 언제 자려고!”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래도 난 표정을 풀지 못한다. 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엄마, 나 보고 싶단 말이야.. 일찍 일어날 수 있어… 제발…”

내 눈 앞에 간절하게 모아진 아들의 두 손은 종일 공차며 맞은 찬 바람에 까칠해져 있었다.

아니야, 그래도 약해지면 안 된다. 나는 결국 아빠를 부른다.

“아빠, 축구 못 본다고 얘기 좀 해. 아빠한테 혼나야 끝나겠어.”

아빠의 호통소리를 제일 무서워하는 아들은 결국, 눈물을 꾸욱 참고 뒤를 돌아 흐느낀다.

들썩이는 어깨를 따라 내 가슴도 들썩 들썩..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언제나 새벽녘이다.

운 좋게 10시경 시작하는 경기는 전반전을 볼 수 있지만, 새벽 경기는 금지선언을 했다.

새벽에 하는 경기를 몇 번 보여줬더니 그 후 며칠동안 새벽까지 잠 못 자고 뒤척이며

불면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 SK텔레콤 드림 프로젝트 광고



하지만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아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잔소리 하지 않아도 예쁘게 앉아 밥을 먹고

모닝콜처럼 졸라대던 “좀비고 선물확인!” 소리도 안하고

양치부터 옷 갈아입는 것까지 학교 갈 준비를 혼자서 한다.

집에 와서도 학원 숙제 해놓고,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의 한마디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눈 속에서 “엄마는 내 맘 알 거야” 라는 문장을 읽어낸 엄마는

잠자리에 들여보내야 하는 시간까지 독하게 마음 먹는다. 얼마나 간절한지 알면서도..

그리고 결국, 10시에 누워 11시를 넘긴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10분 남짓의 하이라이트를 꼭 보여준다는 약속을 받고 겨우.


나는 그제서야 안방으로 돌아와 한숨 돌린다.

그런데 TV를 켰을 때,

거기 태현이가 있었다.

축구화의 끈을 묶고, 축구공을 신발처럼 신는 아이-

친구들이 모두 떠난 골대 앞에서 마지막까지 혼자 연습하는 아이 -  

아빠가 골 상대를 해주지 않아도 줄기차게 나가자고 졸라대는 아이-

손흥민을 보면 마냥 행복하고, 손흥민의 골 하나에 눈물을 찔끔대는 내 아이

사랑하는 나의 태현이가 보였다.


출처 : SK텔레콤 드림프로젝트 광고


그것이 무엇이든 무엇 하나에 열정을 다해 살기를 바라고 기도하며 잔소리까지 해왔으면서

축구에 대한 아이의 열정은 무시해왔던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자게 하는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하는 것만이 아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꿈에서도 보고 싶은 손흥민이 잔디를 휘저으며 활약하는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진정 아들을 위한 일 아니었을까?


잠든 아이 방문을 빼꼼 열어본다. 괜한 죄책감에, 깊은 미안감에.

자기 전에 흘린 눈물 자욱이 그대로 묻어있는 아이의 얼굴엔 미소도 살짝 묻어있다.

아마도 지금 태현이는 영국의 푸른 잔디 위를 손흥민과 함께 뛰어다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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