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무엇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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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뒤흔든 일가족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1년,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주간지 기자인 다나카는 살해된 아내와 남편의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사건을 파고 들어간다. 비슷한 시기, 다나카의 동생 미츠코는 아동 학대 혐의로 수감된다.
영화의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출발점이 달랐던 두 사건의 조각난 기억들이 하나 둘 모이며 진실에 다가갈 때, 거짓과 진실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다.
화려한 액션도, 마음을 뒤흔드는 언변도 없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고, 선을 그어 밀어내고, 밟고 올라서는 크고 작은 일상적인 계급 사회의 추악함, 가정 폭력, 근친상간… 자극적인 소재를 담은 영화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 묵묵하고 묵직하게 나아가며, 답을 찾아가기보다 되려 많은 질문을 남긴다.
안다는 말의 무게를 종잡을 수 없어진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무언가를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영화 속 그들은 모두 누군가를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와 마주했던 순간을 자의적인 해석으로 포장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가벼운 앎의 말속에 놀아나며 진실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평생을 다해도 좀 더 큰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고 있을 뿐 진실에 닿지 못한다고 한다면, 처음부터 추구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안온한 가벼움에 취해 점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나아가고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 두려움이 커진다. 그렇게 조각난 과거를 진실의 전체로 믿고 사는 매일의 어리석음이 영화만큼 극단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행으로 여기고 사는 지금의 기록이 우행록이 아닐까.
수줍은 츠마부키 사토시의 얼굴은 어느새 초점 없는 눈빛으로 뒤덮인다. 평범한 일상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비슷하지만, 2시간 남짓의 영화로 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는 의혹이 가득해졌다.
- 본문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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