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LOVEU Jul 04. 2024

불안의 소용돌이 끝에 찾은 균형 - 인사이드 아웃2

인사이드 아웃2

극장에 휴지를 챙겨가야 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릴 줄은 몰랐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인공은 새로 등장한 캐릭터 불안이다. 지난 몇 년 사이 내 감정의 주도권을 가장 많이 잡아온 친구다. 사실 불안에 쫓기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왔지만 작년에 그 단점을 여실히 경험하고 나서야 문제란 걸 깨닫고 고치게 됐다. 그 과정이 영화 스토리와 비슷했다.


적절한 불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에 좋은 연료다. 끝없이 성취하고 성장하도록 자극하고 미래에 대해 가지각색 시뮬레이션을 예견해 대비하게끔 해주니까. 하지만 과도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드높은 이상을 바라보느라 현재의 소중함을 잊고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나의 경우 좀처럼 잠을 못 자고 탈진감과 무기력감에 심히 시달렸다.


영화 속에서 불안이는 이제 자신이 주도권을 잡을 때라며 모든 감정들을 병에 꽁꽁 가둬버린다. 그 장면이 무지 공감됐다. 나 역시도 몇 년간 성취를 긍정하는 이 사회를 살아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불안을 당연하게 긍정하며 모든 감정을 누르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이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라일리를 괴롭게 만들듯 과도한 불안은 자신을 잃게 만든다.


생명체로서 불안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결국 불안에 쫓겨 성취하고 경쟁한 끝에 살아남은 인간들의 후손일 테니까. 하지만 그 불안 혼자서 감정의 제어판을 컨트롤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는 불안을 달래줄 기쁨이가, 슬픔이가, 또다른 감정들이 필요하다.


기쁨이가 불안이를 달래주고 모든 감정들이 서로 함께 끌어안는 장면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떤 감정도 회피하지 않고 수용할 때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향키를 쥘 수 있게 된다는 건, 근래에 심적으로 고생하며 얻은 깨달음이었으니까. 비록 그 수용의 과정은 소용돌이와 파도로 부딪치고 힘겨웠지만 그 혼란 덕에 복합적인 감정을 수용하며 한 차례 성숙해질 수 있었다. 여전히 불안을 느끼지만 이제는 기쁨이가 불안이를 안마의자에 눕혀주고 따뜻한 차를 타주듯이 불안을 달래줄 줄 안다.


때로는 혼자서 그 모든 걸 감당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그럴 때는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타인의 손길과 지지, 예술 작품들. 나는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의 음악을 통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때로는 신나게 해주고, 때로는 같이 울어주고, 때로는 같이 화내주고, 때로는 그저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래서 나의 음악에 내 진실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는다.


요즘은 이번 달에 낼 신곡 작업 막바지에 이르러서, '난 부족해'를 외치는 불안이가 가득 올라와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음악이 불안 때문에 잃어버린 기쁨을 찾는 메시지라는 걸 상기하니 어서 내고싶어졌다. 이 음악이 누군가에게 불안에 쫓겨 잃어버린 감정을 찾아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뿌듯할 것 같다.


-

불안에 관해 썼던 글 (2023.10.25)


마음대로 되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이 변칙적인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서 불안한 마음에 자꾸 계획을 짜나봐. 원래 세상이 그런 건데, 그저 불안해서 계획을 짜고 마음대로 되게끔 노력하고 그러는 걸지도 몰라. 물론 계획이라는 게 의미 없다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잖아. 통제욕이라는 것은 긴장감, 불안함에서 탄생하는 지배심 아닐까? 마치 열심히 임하면 잘 될 거라고 믿는 동심처럼 말야. 사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그러니 그저 받아들여야지 많은 것들을. 주어지는 상황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해. 불안에 쫓겨 무엇을 하려고 하기 보다 불안을 덜어내야 해. 불안은 정답이 아니거든.


전에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굉장히 계획을 열심히 짰어. A부터 Z까지 흐트러질까 걱정을 하고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굉장히 힘들어했지. 사실 우리는 이미 해외에 있고 그 자체로 즐거울 수 있는 건데 계획이 흐트러졌다고 해서 기분이 나빠진다면, 계획이 어그러져서 힘들어한다면, 계획이란 족쇄에 계속 갇혀 있는 거잖아? 계획을 짜는 것은 분명 효율적이고 현명하지만, 그것을 지키려는 것에 온 신경을 기울이면 오히려 본질을 잃게 되어 있어. 계획의 목적은 계획 자체가 아니라 가이드라인 같은 거니까. 그러니까 계획은 뭐랄까... 그래. 가이드라인 같은 거여야 해. 마치 "이럴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어" 같은 거지. "이래도 좋고 근데 아니어도 괜찮아" 우리가 계획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잖아.


적절한 불안은 삶에 도움이 돼. 미래를 예상해보고 신중하게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지. 하지만 종종 실체도 없는 불안에 휩싸여서 지레 겁을 먹고 괴로워하잖아. 미래는 중요하지만 현재의 자신이 괜찮아야 또 미래를 살아가는 거잖아. 그러니 불안을 조금씩 비웠으면 해. 일어나지 않을 걱정을 물리치고 지금의 자신을 신경써줘. 요가를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일기를 쓰자. 그마저도 힘들 때는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 프렌즈를 보거나 명상을 하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으면 좋겠어. 너무 혼자서만 삭이지 말고 종종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러길 바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