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 두 개의 네모 칸에 담긴 내용을 주의 깊게 다시 한번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왼쪽에 있는 것은 12,13,14로 읽었을 것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A,B,C로 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운데 위치한 13과 B가 사실은 똑같아요. 그러니까 12 B 14나 A 13 C로도 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기한 사실은 그렇게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인데요. 왜 그럴까요? 똑같은 것이라도 숫자가 나오는 맥락에서는 숫자로 읽고 영어로 나오는 맥락에서는 영어로 읽기 때문입니다.
이건 또 어떤가요?
‘거리에 은행이 눈에 많이 보였다’
은행이란 단어가 포함된 이 문장을 읽고 어떤 사람은 돈을 취급하는 은행을 상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은행을 떠올렸을 수도 있습니다. 돈을 취급하는 은행이 먼저 떠오른 사람은 최근에 번화가를 걷다가 은행의 간판을 본 경험이 있고요. 노란 은행을 떠올린 사람은 최근에 길거리에 심어져 있는 노란 은행나무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마다 모호한 상황을 해석할 때 인간의 무의식은 최근 사건과 현재 맥락을 가장 중시하는데요. 최근 사건과 현재 맥락이 모호함을 해석하는데 도움이 안될 경우엔 좀 더 어린 시절의 경험까지 떠올려 모호함을 해석하게 됩니다.
2. 미라클 모닝이 유행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 나고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동참해서 도전해 보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고역이고 그렇게 힘들게 노력한 결과도 금방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게 되지요.
우리가 좋은 책을 읽고 우리 삶에 도입해서 실행에 옮길 때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맥락’입니다. 책이나 강연에서 새벽5시에 일어나세요, 책을 100권 읽으세요. 글을 쓰세요 라고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면 실패를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작정 듣고 읽고 배운다고 다른 사람의 성공 방정식이 그대로 복제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책의 저자나 강연가가 성공을 거두었던 당시의 특수한 맥락과 나의 현재의 맥락이 똑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책의 저자는 번화가의 돈을 취급하는 은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는데 만약 나는 한적한 시골 마을 입구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작가의 글을 읽는다면 맥락이 한참 동떨어진 것이지요.
3. 많은 부모가 자식 교육에 있어서 맥락을 읽지 못해 큰 실수를 하고는 합니다. 여기 중상층 가족이 있습니다. 부모가 서울대를 졸업한 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최근 의대에 합격한 큰딸과 늦둥이 어린 딸이 있는 가정인데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이 없는 가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큰딸이 의사가 되는 목표를 포기하고 음악을 하겠다며 대학교를 자퇴 하고 집을 나가 버렸어요.
엄마는 당황했습니다. 딸에게 자초지정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어요.
“의대에 가는 것은 엄마 목표였지 나의 목표가 아니었어요”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큰딸의 맥락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은 엄마가 내 준 수학문제를 푸느라 끙끙 앓고 있었는데요. 엄마의 입장에서는 정말 간단하고 쉬운 수학문제인데 딸의 입장에선 너무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습니다.
비단 이런 갈등이 수학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딸은 무섭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엄마보다 평범한 엄마들처럼 좋은 추억을 쌓으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어요. 놀이동산에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싶었지만 엄마는 너무 무섭고 바빴습니다.
하루는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곰탕이 먹고 싶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을 만큼 냉동 곰탕을 가득 집어 넣어놨다고 하네요. 딸은 이때 사육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엄마가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악랄하고 무섭게 공부하라고 명령하고 계획표 짜라고 통제하던 엄마가 늦둥이 막내딸에겐 세상 다 줄 것 같이 너그럽게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꼴값 떤다고 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의사가 되길 원하는 엄마의 기대를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딸의 꿈은 음악가였지만 엄마의 기대대로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에 대한 은혜를 갚는 길은 의대 합격이다’ 란 공식을 만들고 버틴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대학 합격 후 억눌린 감정이 폭발해버렸습니다.
엄마는 아이 공부시켜 명문대 보내는 것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도 그렇게 공부해서 명문대 졸업하고 교수로 재직 중이니 엄마의 맥락에선 이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죠. 하지만 딸은 엄마와 함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보는 것이 꿈이었고 옷을 사기 위해 엄마의 손을 잡고 쇼핑하는 것이 행복이었던 아이였습니다.
이처럼 많은 부모가 부모의 맥락대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을 주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그 맥락대로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말이죠.
4.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경험, 가치관, 철학, 세계관, 신념이 무엇인지 알아야 나의 맥락과 아이의 맥락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찌 부모와 아이의 맥락이 똑같을 수가 있겠어요? 인생은 각자의 함수로 만들어져 갑니다. 숫자 10을 엄마의 인생 함수에 넣으면 20이 나오지만 자녀의 함수에 숫자 10을 넣으면 반드시 20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죠.
5. 나는 어떤 인간인가? 어떤 맥락들이 모이고 엉키고 합쳐져서 현재의 나란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지부터 내 자신이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책이나 강연에서 읽고 들은 최고의 실행, Best practice를 내 삶의 맥락에 맞게 소화해 낼 수 있어요. 그래야 원하는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게 나다운 삶 아니겠어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아들러심리학 성격유형 검사를 무료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성격뿐만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