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범용의 습관홈트 Mar 14. 2021

부장 진급에 떨어졌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생기는 일

부장 승진 발표가 있던 날, 저는 떨어졌고 그 보다 더 심각한 일이 저에게 발생했습니다.



매년 3월 초가 되면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승진 발표를 합니다. 이 날은 기뻐하는 소수와 억울해하는 대다수가 한 공간에서 숨 막히는 하루를 보내야만 합니다. 저는 평상시에 고과나 승진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부서장과 정기적인 면담을 할 때도 이렇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저는 평균만 받아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고과에 있어서 저로 인해 고민은 크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특이하죠? 


보통 직장인들이 고과 점수로 본인이 일 년 동안 고생한 노고를 인정받는 중요한 척도라고 판단하는데 말이죠. 제가 고과에 나름 초연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하면 월급보다 많은 수입을 창출하여 회사를 당당하게 떠나서 독립할 수 있을까?’에 생각의 무게 중심을 더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올해 처음 부장 승격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최근 몇 해 동안 고과를 예상보다 잘 받았기 때문에 대상자에 들어갈 점수를 얻은 것이죠. 이 글을 통해 부서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팀에 승격 대상자가 워낙 많았고 승격할 수 있는 인원은 극소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승격 발표가 나자 뭔가 제 마음이 제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평상시보다 조금 더 화가 났고 조금 더 창피했습니다. 인사팀은 승격 발표가 회사 게시판에 공지되기 일주일 전부터 승진한 직원들을 위해 과도한 축하와 행사는 자제해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승진한 직원보다는 그렇지 못한 직원에 대한 배려를 하자는 취지였지요.

 

승격 발표가 있던 날, 저는 오전 8시부터 진행된 CEO 보고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자리로 돌아오니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동료들이 승진한 동료들을 축하해 주고 있었습니다. 눈 앞에서 승진한 사람의 환한 웃음과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낙담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승격 명단 중에는 다른 부서원이지만 저와 친하게 지냈던 몇 년 후배 이름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창피함과 불편한 감정들이 미친 듯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기분이 우울해도 퇴근하려면 해야 할 일은 해야 했습니다. 팀장님께 취합하여 보고할 업무가 있었는데 아직 몇몇 팀원이 정보를 저에게 제공하지 않았었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아직 정보를 주지 않은 어린 팀원에게 다가가서 업무 요청하며 볼펜을 그의 책상에 탁하고 던졌습니다. 저의 우울한 기분이 적나라하게 태도로 나타난 것이죠. 


그리곤 제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5분 정도 흐른 뒤 그 어린 팀원이 제 자리로 와서 

제가 하인입니까? 이런 식으로 지시하면 저 못합니다



라고 오픈된 공간에서 크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순간 화도 나고 당황해서 그를 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서로 감정이 안 좋은 상태였기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만 키운 채 회의실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주말 내내 그리고 출근 후 이틀 동안 제 머릿속에 그 상황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아찔했던 상황이 떠오를 때마다 기분은 나빠졌고 그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그 방법만 찾느라 정작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했었습니다. 물론 ‘그도 화를 낸 이면에는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 수 있을 거야’라고 성찰도 해 보았지만 제 마음이 제 맘처럼 수긍해 주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 과정에서 배우고 적용했던 ‘초기 기억 재해석 프로세스’를 이 상황에 적용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즉 저에게 따지기 시작한 어린 팀원에게 실제가 아닌 바람직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 것이죠. 이렇게 말이죠. 



“요즘 많이 힘들지? 내가 바로 직전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볼펜을 책상에 던진 것 같아. 그 점 진심으로 사과할게”



이 말을 듣고 그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을 상상했지요 


"저도 요즘 일이 많아 힘든 상태였어요. 저도 선배님이 평상시 상냥하고 매너도 훌륭한 걸로 아는데 갑자기 볼펜 던져서 당황해서 그랬어요 저도 미안해요"



이렇게 전개해 나가니 어린 팀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어느덧 제 마음의 응어리가 갑자기 쑥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 그와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가 끝나고 상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진심을 다해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도 그때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물었죠. 그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더라고요. 제가 승격 시험 떨어진 걸 알고 그랬을 수 있다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초기 기억 재해석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상대를 이해하고 저의 태도를 사과하니 생각보다 쉽게 화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괜히 며칠 마음만 쓰며 제 일에 집중 못한 제가 한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론 큰 발전입니다. 옛날 같으면 이런 재해석 과정을 몰랐기에 몇 달을 상대가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며 악심만 품으며 상대의 얼굴을 볼 때마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나서 멘탈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깊이 깨우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태도에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화가 난다고 동료에게 화풀이하거나 가족에게 짜증내면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승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당신이 이번에 승진하지 못했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도전했던 목표가 좌절되어 낙심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승진보다 훨씬   이상의 존재입니다. 


올해 승진에 떨어졌다고 여러분 인생이 끝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승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인생엔 승진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자녀에게 존경받는 부모, 내가 아는 경험과 지식으로 타인을 돕는 일,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일,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는 일, 미래를 준비하고 내 꿈을 이루는 일, 월급 이외 수입 파이프라인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일, 그리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마음을 관리하는 일 등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 세상을 향해 이렇게 크게 외쳐 보세요. 


‘나는 승진보다 1만 배 더 가치 있는 사람이다’ 



★ 제가 마음 관리에 도움을 받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인생, 나답게 살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