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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범용의 습관홈트 Nov 15. 2021

게으른 사람이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

나는 45살이 되어서야 나의 재능이 습관에 있다는 것을 우연히 깨닫게 되었다. 45살 이전의 나는 직장 다니며 받는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해소하며 하루를 버텼다. 주말에는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TV를 보거나 잠만 자는 게으른 직장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게으른 나는 어떻게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인생은 곱셈이란 말이 있다. 인생 = (나의 재능) X (기회들)의 결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00이라는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나의 재능이 준비가 안되어 제로(0)라면 나의 인생 값은 0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알아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살릴 수도 없게 된다.



현재 KT Enterprise 부분장을 맡고 있는 신수정 작가가 쓴 ‘일의 격’에는 재능을 발견하는 2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스롱 피아비라는 당구 선수가 있다. 그녀는 데뷔 1년 5개월 만에 국내 여자 당구 랭킹 1위가 되었고 이후 세계랭킹 3위에도 오른 실력파이지만 놀랍게도 21살이 되기 전까지 당구 큐대를 잡아 본 적이 없었다. 21살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우연히 남편을 따라 놀러 간 당구장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 인스타그램 Reels에 참신한 영상을 올리고 있는 탤런트 이시영은 수준급의 권투 실력으로도 유명하다. 국가대표를 뽑는 복싱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복싱이란 재능을 발견한 것은 영화의 한 장면 중에 복싱하는 장면이 있어서 가볍게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복싱을 배운 지 일 년 만에 아마추어 챔피언이 되었다. 



나의 둘째 딸은 9살인데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태권도 학원도 다닌다. 종종 스스로 시도 쓴다.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시 쓰는 태권도 금메달 리스트가 될지 말이다. 요즘엔 한 가지 재능만으론 차별화를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재능을 발견하는 첫 번째 방법인 다양한 시도는 게으른 사람에겐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게으르다. 인간의 무의식 특징 중 한 가지가 바로 ‘현상 유지’가 있다. 우리는 평온함을 느끼는 각자의 안전지대에 살고 있는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만 우리 무의식은 기존대로 안전한 울타리에서 생활하기를 선호한다. 



요즘 MZ 세대들에게 MBTI란 성격 검사가 유행이다. MZ세대는 1908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여 부르는 세대다. MZ세대는 2019년 기준 약 1,700만 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고 한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준말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검사다. MBTI는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서 인간을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한다. 4가지 기준은 외향(E)/내향(I) 지표, 감각(S)/직관(N) 지표, 사고(T)/감정(F) 지표, 판단(J)/인식(P) 지표다. 



여기서 재능을 발견하는 첫 번째 방법인 다양한 시도와 관련하여 예시로 들고 싶은 기준이 바로 감각(S)과 직관(N) 지표다. 감각(S)을 중시하는 사람은 상상력보다는 현재까지 경험을 근거도 판단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새로운 바나나우유가 나왔다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감각(S)을 중시하는 사람은 기존에 마시던 바나나우유를 선택한다. 반면에 개방성이 높고 상상력이 풍부한 직관(N)을 중시하는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여 새로운 바나나에 호기심을 갖고 실제로 구매하여 마셔본다. 



한국 MBTI 연구소가 한국인 MBTI 비율을 조사했더니, 1위가 ISTJ로 19.1%이고 2위가 ESTJ로 11.7% 3위가 ISFJ로 8.4% 4위가 ENFP로 8%를 차지했다. 이렇게 1위부터 16위까지 비율을 더해보니 감각(S)을 중시하는 한국인이 44%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10명 중 4명은 감각(S)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들인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도 무의식적으로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것이 인간이고 특히 MBTI 유형별로 감각(S)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더 힘든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재능이나 강점을 파악해 주는 좋은 멘토나 동료 스승 선배 상사를 만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게으른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 것일까? 맞다. 두 번째 방법은 게으른 사람에게 최적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스승이나 멘토의 역할은 게으른 상대방의 육체에 힘을 가해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자극을 주어 생각이 바뀌게 만들고 그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선택은 상대의 몫이다. 말을 우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스승의 역할은 목마른 말이 우물가를 찾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게으른 사람의 팔을 잡아당기고 등 뒤에서 떠밀어도 그때뿐이다. 생각이 바뀌고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 따라서 스승은 게으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 주어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스승은 실제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존경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책 속의 위인도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여러 명의 좋은 스승을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어긋나지 않도록 응원해준 담임 선생님, 30대 후반에 밥 먹듯이 사표를 던지고 뒷골목을 방황하던 내 마음을 잡아준 구본형 선생님, 40대에 무기력에 빠진 직장인에 불과했던 내가 ‘습관의 재발견’이란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고 태도가 바뀌면서 하루의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책의 저자인 스티븐 기즈. 이들 모두 나의 좋은 스승들이다. 최근에는 돈 버는 방법에 관하여 여러 명의 스승을 찾았다. 신사임당, 자청, 정다르크, 박세니, 일헥타르, 잘 나가는 서 과장 등 배울 점이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모두 나의 스승이다. 



나는 학생이기도 하면서 스승이기도 하다. 나 또한 나의 경험과 지식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주고 싶다. 실제로 직장동료들 중에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보이면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회사는 우리 삶의 긴 여행에서 단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용기를 심어 주고 있다. 그 결과 어떤 동료는 일 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복을 되찾은 사람도 있고, 새로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동료, 자신의 꿈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간 동료도 있다. 



당신은 어떤 재능이 있는가? 그리고 그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게으르지 않다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당신의 재능을 발견하길 응원한다. 제2의 스롱 피아비가 될 수도 있고 이시영 선수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당신이 게으르다면 좋은 스승을 빨리 만나기를 기원한다. 책 속에도 스승이 있고 당신 주변에도 분명히 좋은 스승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스승을 찾아 보길 바란다. 끝으로 아이작 뉴턴의 다음 말을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까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살았던 많은 이들의 어깨에 올라타서 앞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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