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을 위한 운동, 필라테스
2012년 내가 처음으로 공부하고, 일한 곳은 요가원이었다. 그때 우리나라에 핫요가(비크람요가)가 유행이었다. 요가의 기원지인 인도와 유사한 온도, 습도를 유지해 동작(아사나)을 하는 것인데, 덥고 습하니 땀이 많이 났다. TV에서도 여자연예인들이 몸매 유지 비결로 핫요가를 꼽으며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가를 공부할 때 요가는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수련’이라고 배웠는데, 막상 센터에서 만나는 회원은 “손목이 왜 아플까요?”, “허리가 아픈데 무슨 동작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살 빠져요?” 하며 자신의 몸과 통증에 대해 더 궁금해 했다. 회원들의 질문에 어렵사리 답변하다 결국 해부학 공부를 위해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
내가 해부학에 빠진 이유
해부학 강의를 듣는 첫날부터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필라테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조셉 필라테스라는 사람이 전쟁 부상자들의 재활을 위해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고안한 것이 시작이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라는 사실부터 매력적이었다. 수업을 들으며 내 몸이 늘 겪는 문제들을 기억했다. 학창시절 학교가기 전 반듯하게 입었던 교복이 점심 때쯤에는 치마가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었는데 이건, 골반이 오른쪽으로 회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 상태로 허리를 만질 때 커브나 파인 곳이 없이 밋밋한 것은 골반이 뒤로 누웠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를 공부할수록 내게도, 센터 회원들에게도 유익한 운동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첫째, 허리가 아픈 이유에 따라 다른 운동을 처방할 수 있다. 허리가 아픈 것은 허리 자세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골반이 앞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으면 허리의 만곡이 심해져서 아플 수도 있고(골반전방경사), 골반이 뒤로 기울어져있으면 허리의 커브가 없어진(골반후반경사) 자세를 갖는다. 이는 서로 반대의 상태이기 때문에 운동이 달라야 한다. 회원의 몸 상태에 따른 운동으로 이끌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유연하지 않고 뻣뻣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운동이다. 요가는 상체를 앞으로 숙였을 때 머리나 가슴이 허벅지에 붙으면 동작을 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요가 강사치고는 뻣뻣한 몸이라 유연한 사람 앞에서면 주눅이 들곤 했다. 하지만 필라테스에서는 관절마다 이상적인 움직임(각도)가 있다고 한다.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것은 10~20도가 가장 좋고, 상체를 회전하는 것은 30도가 이상적이다. 강사도, 회원도 자신의 신체에 걸맞는 개별적이고 고유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신뢰가 갔다.
셋째, 필라테스 동작을 할 때 나의 움직임과 느낌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의 ‘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허벅지 뒤가 오른쪽은 더 유연하구나, 왼다리를 옆으로 들어올리면 고관절이 시큰하구나 하는 것이다.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까지만, 딱 그만치의 운동만 하면 되니 자연스럽고 좋았다. 요가와는 달랐지만, 이 또한 움직이는 명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교통사고와 육아, 선천성 등으로 여러 통증을 경험한 혹은 경험 중인 난, 통증을 완화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한 정확한 운동을 원했다. 회원들에게도 내가 경험한 정확하고 올바른 운동을 알려주길 바랬다. 필라테스를 하면 할수록, 몸의 코어가 안정적으로 몸을 지지하고 강화시켜 준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해부학을 더 깊이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내 몸에 기록된 나의 통증과 그에 합당한 운동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이 여정은 내가 회원들의 아픈 몸, 문제 많은 몸, 좋지 않은 기억이 쌓인 몸을 도울 때 소중한 자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