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생각
10대 때 들은 말.
공부 잘하는 게 좋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좋대
미술은 돈 못 번대
20대 초반에 들은 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대
연애는 많이 해볼수록 좋대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대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게 좋대
아 그래도 학점은 챙기는 게 좋대
디자인은 돈 못 번대
20대 중반인 지금 듣는 말.
기본은 지키면서 사는 게 좋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좋대
몸에 좋은 거 먹고 운동을 하는 게 좋대
끊임없이 부딪히고 도전하는 게 좋대
디자인은 노가다래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준 말이다.
매체나 책에서. 또는 교수님, 선생님, 친구들에게. 그리고 부모님께.
무의식적으로 나를 형성하던 말들.
때론 지겨울 때도 있었다. 지금도 카페에서 글 쓰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뻔히 보이니...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그런 말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하려고 할 때 그간 들어온 말들이 나를 더 나아가게 하거나, 때론 상처 받을 만한 상황을 미리 피해 갈 수 있도록 지켜줬으니까..
일종의 장막 같은 말들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니 앞으로의 선택에 대한 무게와 설렘이 공존한다. 때론 지겨워서 탈출하고 싶었던 고리타분한 말들. 하지만 그 고리타분함에 기대어 편안함을 느껴왔던 나날들. 그런데 문득
"나를 이루었던 말들이 어쩌면 나를 가두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이뤄온 말들이,
내가 선택했던 걸까? 비슷한 환경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온 게 아닐까?
그래서 내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