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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Aug 15. 2018

스페인 남부 여행기(2)

#2. 스페인 속의 작은 영국, 지브롤터


2018.7.5~11 스페인 남부, 알카 에데사/지브롤터/말라가/론다 여행기




 셋째 날에야 드디어 본격 첫 여행지, 지브롤터로 향합니다.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 ‘지브롤터’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브롤터는 스페인 속의 작은 영국령 땅. 과거 이슬람과 스페인이 오랜 공방전을 벌인 곳, 1704년 에스파냐 계승 전쟁에 개입한 영국이 결국 점령한 땅이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의 아프리카 작전기지가 되어 독일 공군의 폭격을 받은 곳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복잡한 역사를 가진 이 작은 땅 덩어리. 바티칸에 이어 두 번째로 도보로 국경선을 넘어 영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 아래 오뚝 서있는 빨간 공중전화박스가 영국에 온 것을 환영해주는 듯했습니다.     

 

@ 멀리서도 보이는 지브롤터 바위산
@ 지브롤터 바위산
@ 스페인에서 만나는 영국의 공중전화부스
@ 지브롤터 국제공항


 저희는 Official Rock Tour라는 미니버스를 이용한 투어를 통해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네 대 다닌다는 비행기(오직 영국으로만 출입국 가능)가 완전히 착륙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출발. 미니버스에 일곱 명 정도가 동승하여 운전사이자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지브롤터 바위산 주요 관광지 네 곳을 다녔습니다. 첫 번째 정착지는 'Pillars of Hercules(헤라클레스의 기둥)'라는 곳으로, 이 곳에는 옛날 세계지도와 현재 세계지도를 새겨놓은 큰 조각이 우뚝 서있어, 과거 유럽인들의 세계가 이 곳에서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탁 트인 시야의 우측에 스페인 땅, 정면에서는 모로코 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서니 지브롤터가 군사기지로 중요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지요. 다음은 St.Michael's cave. 우리나라 고수동굴 같은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가끔 무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이 곳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결혼식도 행한다고 합니다.      


@ 우측에 보이는 땅은 스페인, 정면에 보이는 흐린 땅은 모로코입니다
@ 유럽의 끝이라 여겼던 지브롤터
@St.Micheal cave


 다음 행선지는 친구가 그토록 고대하던 ‘원숭이 산’이었습니다. 얼마 전 쌍둥이가 태어났다며 저희에게 운이 좋다고 하는 가이드. 운전을 하는 내내 원숭이 앞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원숭이가 만져도 원숭이를 만지지 마라(?)는 충고를 해주었지요. 듣던 그대로 쌍둥이 아기 원숭이들은 엄마 품에 꼬옥 안겨있었습니다. 아빠가 아기를 데려가려고 하니 엄마가 꺅꺅 소리를 지르며 절대 뺏기지 않으려 애씁니다. 가이드는 아빠가 자꾸 아기들을 던지거나 함부로 대해서 엄마가 막는 거라고 설명해줍니다. 사람이고 원숭이고, 엄마와 아빠의 태도는 이렇게 다른가 봅니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팔을 내미니 원숭이가 쪼르륵 앉습니다. 한참을 같이 사진을 찍고 마지막 관광지, 'Great siege tunnels'로. 이 터널은 영국 점령 당시 만들어지 방어 터널로, 지금은 전쟁 박물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지브롤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지브롤터가 여전히 영국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가이드의 브리티쉬 악센트로 거의 대부분의 설명을 잘 알아들을 수 있어 흡족했던 저와 친구는 유래 없게 가이드에게 팁을 주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 원숭이 섬의 원숭이들 / 가족이 하트모양으로 앉아있네요
@ 손을 꼭 잡고있는 원숭이 커플
@ 가이드에 지시에 따라 원숭이가 제 팔에도 앉아줍니다
@ 잘 보면 쌍둥이 아기 원숭이들을 볼 수 있어요
@ 자네. 모델 해볼 생각 없나? 2
@ 더워죽겄는디 노인정 문은 언제 여는겨
@ Great siege tunnels 입장
@ 그렇게 지브롤터 관광을 마칩니다


 오늘은 바닷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더욱 쭉쭉 뻗어가는 듯 한 야자수가, 노랗게 칠해진 주택단지와 초록색 목조 창문이 이국의 땅을 밟고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싶었는데, 저희를 안내해주던 웨이터가 자리가 실내밖에 없다고 합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옆에서 파티를 하는지 무진장 시끄러워 약간 열이 받은 친구가 이내 스페인어로 몇 마디 했더니 이번에는 또 고대로 바깥으로 안내해줍니다. 친구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쪽에서 숯불에 새우나 생선을 활활 굽고 있었습니다. 새우는 어제 먹었으니 오늘은 생선과 깔라마리로. 맥주와 함께 하는 해산물은 늘 옳습니다.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맨발로 해변을 걸었습니다. 너무 좋은 하루를 보낸 것 같아 그냥 자기는 아쉬워 그 마음을 달래느라 과일을 송당 송당 썰어 샹그리아를 만들어 마시고는 기분 좋게, 노곤 노곤하게 잠이 듭니다.


@ 보트 위에서 생선을 굽고 있어요
@ 깔라마리
@ 고등어구이같은 맛이 났던 작은 생선들


@ 브라이덜 샤워?
@ 오늘 저녁도 샹그리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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