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영 Aug 18. 2018

독일 여행기(2)

#2. 동심으로의 회귀, 로텐부르크

2018.7.14~18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로텐부르크, 베를린 여행기




 마치 독일에서의 루틴처럼 이번 아침도 역에서 프레첼을 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로맨틱가도를 달리는 날.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해서 호텔에서 예정보다 일찍 나왔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거의 30분 넘게 헤매다가 물어물어 Touring 버스 오피스를 찾아 드디어 정류장을 알아냈습니다. 제 뒤에 줄을 섰던 한국인 두 명이 표를 출력해오지 않았다고 하여 오피스를 알려줬는데, 오피스에서는 출력해줄 수 없다며 인터넷 카페를 알아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버스 기사가 이름과 여권만 확인하고 그녀들을 승차시켜주었습니다. (유럽여행에서 프린트는 필수입니다! 스마트폰 바코드를 받을 수 있는 비행기나 기차도 경우에 따라 작동이 안 될 때도 있고 승무원이 프린트를 요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버스가 움직입니다. 안녕 프랑크푸르트. 드디어 나는 로텐부르크로 간다!     


 ‘로맨틱가도’는 프랑크푸르트부터 퓌센까지 독일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달리며 중간중간 내려 구경할 시간을 주는 관광버스입니다. 첫 목적지는 뷔스쯔부르크. 10분밖에 되지 않는 관광시간에 잰걸음으로 마을을 돌아보고 건진 건 달랑 레지던츠 궁의 뒷모습 하나였습니다.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이번에는 바이커스 하임에서 30분간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독일 작은 마을의 정취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목조로 장식된 뾰족뾰족한 키가 작은 집들. 한창 걷고 있는데 빵 냄새가 후각을 자극합니다. 독일의 빵집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창 너머로 무슨 빵이 있는지 체크했습니다. 제일 맛있게 생긴 달콤한 빵 하나를 사서 나왔습니다. 흑미와 커스터드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요? 단 빵을 먹으니 커피가 간절했으나 문을 연 카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제는 종착지 로텐부르크로.      


@ 뷔스쯔부르크
@ 뷔스쯔부르크
@ 바이커스 하임
@ 달짝지근하고 맛났던 빵

 로텐부르크에 내리니 온통 돌바닥이라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는 데 조금 힘들었습니다. 한 10분간을 걷다 보니 구글 지도는 로텐부르크 고성 바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찾기 힘들었지만 드디어 호텔로 입성.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짐을 올려준 방에 들어가니 트윈룸. 내가 트윈룸을 예약했었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지붕과 맞닿은 안락한 다락방이 연상되어 그저 좋았습니다. 짐을 놓고 다시 고성으로 올라가는 길. 로텐부르크는 정말이지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마을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모든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느낌. 발걸음 닿는 대로 실컷 걷다가 배가 고파져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슈니첼과 맥주 한 잔. 작년에 비엔나에서 먹었던 슈니첼보다는 맛이 없었지만 허기에 장사 없다고, 한 그릇을 싹싹 비워냈지요.   

 

@ 로텐부르크 입성
@ 동화같지요
@ 급하게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슈니첼을 주문

 

 마을을 한 바퀴 쭉 돌고 예쁜 마을의 모습을 카메라에 이제는 거의 담았겠지 싶을 즈음 ‘Kathe Wohlfahrt’이라는 크리스마스 상점에 들어갔습니다. 산타할아버지도 장을 본다는 이 상점. 내부는 촬영 금지라 판타지 같은 이 가게를 눈으로만 구경해야 했습니다. 원래는 그저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느새 저의 팔에는 바구니 하나가 걸려있고 물건을 오목조목 뜯어보며 살 것들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작은 목각인형부터 크리스마스 볼까지 사고 싶은 것들 투성이었지만 저의 빈한 지갑 사정과 부한 캐리어의 속사정도 고려해야 했기에. 결국 상점 봉투에 들고 나온 것은 빨간 우비소녀 입체카드 한 장과 크리스마스 D-DAY를 카운팅 하는 달력 하나였지요. 언젠가 가족이 생기면 크리스마스 전에 이 곳에 함께 와서 크리스마스 물건들을 같이 고르고 싶다는 장래희망 한 가닥도 잘 챙겨두었습니다.     


@ 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니발렌
@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컨디션이 좋지 않던 날이라 일찍 숙소로 돌아가서 쉬어야 했습니다. 가는 길에 Lindt 초콜릿 상점을 발견! 스위스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놓칠 수 없어 또 초콜릿 다섯 가지 정도를 골라 나왔습니다. 한 한 시간 반 정도 낮잠을 자고 저녁 8시쯤에 다시 나가야지 했는데. 그대로 모든 긴장을 놓아버린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더 열심히 보자. 이제는 여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몸이 먼저 쉬어가자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 Lindt 획득!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여행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