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B: 한 다섯 달 정도 전인가?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약도 먹고요.
나: (태연한 척)안 그래도 너 자꾸 칙칙한 책을 빌려 가더라.
B: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아 참, 그 책 갖다 드려야 하는데…. 재밌었어요. 우울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오히려 위로 받았어요.
나: 다행이네. 그나저나 상담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니?
B: 작년에 친구들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여러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니까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혐오도 심해졌고요.
이야기를 듣던 옆자리의 C는 ‘미처 몰랐다’라는 말을 계속했다. B를 밝은 아이라고 생각했던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다른 학교와 학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일상이 포개어지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매주 주말이면 노래방과 책방을 함께 쏘다니던 친구인데. 갑작스러운 고백을 들은 C는 괜스레 미안해진 것 같았다. 쉽게 대사를 넣지 못하고 한숨이 담긴 추임새만 더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 C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1학년 때 함께 놀던 무리와 2학년 때 새롭게 사귄 무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한쪽으로부터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일종의 ‘배신’과도 같다. 후에 겪을 수모가 두려운 C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무리에서 동떨어지거나 배척당하는 상황이 아이들에겐 가장 무서운 처분이다. 한 무리에 들어가면 다른 친구와는 식사를 한 끼 함께 하는 것도 힘들다. 자유를 빼앗겨 답답하면서도 속한 곳에서 벗어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B는 C의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네 맘 알아’ 하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전문 읽기 : https://a-round.kr/b와-c의-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