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
A: 야망이 다 사라졌다니까요.
나: 원래 야망 덩어리였잖아요.
A: 그럼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게 많았단 말이죠. 인정받을 때 늘 희열을 느꼈어요.
나: 지금은 어때요?
A: 점심에 순댓국 정식에 소주 한 병 시킬 수 있는 할아버지 정도만 되면 충분한 것 같아요.
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의 끓어오르던 야성이 별안간 갈 곳을 잃은 것은 작년 초여름이다.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는 급하게 수술을 받은 후에도 몇 달이나 병원에 계셔야 했다. 어머니와 번갈아 가며 병실을 지키는 동안 A 씨는 하던 일마저 정리해야 했다. 어머니를 병실에 남겨두고 오랜만에 홀로 돌아간 고요한 집에는 미처 넘기지 못한 달력이 나부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6월의 날들이 펄럭이는 장면을 마주한 그는 비로소 혼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이렇게 달라져 있는’ 여름이었다.
뜨거운 온도에 질식할 것만 같던 여름을 보내고, 언젠가 혼자가 될 거라는 공포가 점령한 가을과 겨울도 지났다. 새봄이 되자 그는 문득 자신을 이끌어 온 강력한 원동력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누구도 할퀴지 않고 무엇도 좇지 않으며, 그저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저축하는 덤덤한 일상이 반복된다. 야망이나 인정욕구는 잊은 듯 했다. 그는 묻는다. 이래도 될까? 이렇게 조용히 존재해도 될까?
전문 읽기: https://a-round.kr/a의-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