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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Mar 04. 2022

L의 단어

낙차





나: 그 사람 괜찮아 보였는데.

L: 맞아, 좋은 사람이었어. 이젠 좀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은데.

나: 그게 어려운 이유는 뭘까?

L: 예전엔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것만은 아니야.

나: 그럼?




L의 말은 계속 헛돌았다. 그는 슬쩍 부모님 이야기로 주제를 돌렸다. 힘들었던 연애에 관해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서른이 넘도록 부모님 곁에 꼭 붙어사는 캥거루 두 마리는 부모님에 대한 연민과 피로감을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나 성격적인 결함은 신나게 부모님의 탓으로 돌렸다. 엄마가 날 이렇게 낳았잖아, 아빠가 날 이렇게 길렀잖아, 하면서 한참 웃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장악한 문제는 입가 위로 제 모습을 내비친다. 그는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늘 부러웠다.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는 부모님과 달리, 그의 첫 연애는 평범하지 않게 끝을 맺었다. 엄청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얻은 첫 연애 이후로, L은 좀처럼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계속 의심했고 불안했다. 상대방은 건강한지, 혹여나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지 살피느라 바빠서 도리어 자신은 점차 쇠약해졌다.




전문 읽기 : http://a-round.kr/l의-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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