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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Mar 10. 2022

S의 단어

안개





나: 운동도 안 하신다더니 어쩜 계속 살이 빠지는 것 같아요.

S: 인생에 고민이랑 걱정이 많으면 살찔 틈이 없어요.

나: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데요?

S: 우리 집에 골칫덩이가 하나 있잖아요.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아드님이요?




S의 아들은 수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를 닮아 걱정과 고민이 많은 그는 불안을 주지 않을 직업을 원했다. 그래서 군 제대 후 도전한 것이 공무원 시험이다. 무릇 공무원이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니까. 아들이 처음 시험을 보겠다고 선포했을 때 S는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무원이 된 아들을 상상하면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 없이 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수험기간이 길어지자 아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게 눈에 훤했다.그만 시험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보라고 권유했지만, 아들은 매몰 비용만 생각하며 수험 생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를 바라보는 S는 애가 탈 뿐이다.


S는 50대 후반이 되면 많은 것이 선명해지리라 믿었다. 아이들이 장성해 제 앞가림을 하면 아파트 숲을 떠나 귀농을 하자고 남편과 자주 말하곤 했다. 애초에 이번 생에서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작은 텃밭에 상추나 고추를 심으면서. 온종일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던 남편이 돌아오면, 생선 한 마리를 굽고 밥을 지으면서. 서울살이에 지친 자식과 친구들이 시골로 놀러 오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고 향긋한 술 한잔을 걸치면서. S는 그렇게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원했다. 그러나 환갑을 앞에 두고 인생의 안개는 점점 더 뿌옇게 피어오른다.




전문 읽기 : https://a-round.kr/s의-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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