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두를 장식할 이야기는 이렇다.
이사하면서 칠한 페인트 방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꾸준하게 변화를 꿈꾸던 아이가 결국 기존 색과 비슷한 벽지를 덜컥 주문해 놓고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는지 엄마도 모르게 창대하게 시작한 도배.
"도대체 도배가 엄청 쉽다고 누가 그래?"
"이게 쉽다고? 혼자 할 수 있다고?"
찾아 읽은 블로그의 글들에서 다들 도배가 혼자도 가능하며 쉽다고 하였는지 자신 있게 도전한 첫 한판은 처참보다는 우울하였다.
"망했어!"
"엄마, 언제 와?"
저녁 무렵 밖에 나와 있는 나에게 딸의 SOS 문자.
'아~출동인 건가!'
예상대로 집 상태는 이래저래 난리였다. 벽은 말할 것도 없이 나름 열심히 발라보았겠지만 재단도 맞지 않고 풀도 여기저기 묻혀 있었다.
그래도 혼자 낑낑대며 했을 딸에게 칭찬을 건네고 이왕 벌린 일 군소리 없이 같이 해주라는 출장 가 있는 신랑님의 말씀대로 첫 시작은 좋았다.
두 번째 판을 잘 이어보자며 시작점을 엄마가 잡을 테니 밑 뭉치를 잡으라고 너보다야 내가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도 호기롭게 시작했다.
다만, 힘조절을 못해 풀이 발라져 있는 상태의 합지인지라 그만 찢어지고 말았다.
"이게 뭐야. 다 떼고 붙여야지 손가락에 힘줘서 찢어졌잖아. 아! 잘 못 붙였잖아. 오른쪽으로 더 가야 하는데 아니 더 옆으로 가라고"
"그럼 네가 잡아보던가 위에서 보면 맞다고. 키가 안 맞잖아. 밀대 좀 가져와봐. 아니 그렇게 말고!"
"풀이 바닥에 다 붙잖니 밑을 접어. 박스를 깔고 했어야 했는데. 죄다 묻히게 생겼네."
"엄마 비켜봐. 내가 하게! 아, 진짜 다 망했어! 풀 묻은 거 닦아야 한다고. 칼이 안 듣잖아."
"아! 다 그만둬. 안 되겠어. 팔도 아프고 너나 나나 키도 작고 동생이랑 아빠 다 있을 때 하자. 하필 아빠도 출장 가서 없고. 도배 견적을 받을까? 아냐. 흰색 페인트로 다시 칠할까?"
"내가 페인트 하자고 했었는데 엄마가 도배 얘기 꺼내서 이렇게 됐잖아."
"처음에 이 페인트 색상 고른 것도 따님이십니다."
서로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모양새가 참 지기 싫고 할 말이 많았구나 싶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탓을 하면 뭣하리오. 늦은 저녁에 도배를 시작해서 아래층엔 눈치가 보이고 그래서 탓하자니 점점 우울해지는 딸의 얼굴에 모든 게 내 탓이오.
도배기술자님들이 괜히 계신 게 아닌데 전문가의 일을 비전문가가 그것도 모녀가 같이 한다는 것은 운전을 가족에게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다시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우린 해내었다. 과감히 도배를 포기하고 돈을 결국 쓰고야 말겠구나. 전문가에게 토스해 볼까 했던 생각을 뒤로하고 딸의 그래도 풀 마르기전에 이왕 주문한 거 발라보자며 한 풀 꺾인 목소리에 서로 두 손을 맞잡고 전쟁같은 말씨름을 반복하며 서서히 한 면씩 우린 힘을 합쳤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한 면씩 바를수록 요령도 생기고 벽면도 나아졌지만 역시나 아마추어가 그렇지 뭐!
"이야, 훌륭해. 굳! 잘하는데? 위에도 닦아줘. 엄마 재단 좀 해 줘! 나 발에 묻어서 닦고 올 테니 정리 좀?"
아~! 탄식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네가 해봐야 엄마 고충을 알지 기싸움을 벌인다고는 했지만 실상 나는 큰 따님한테 조정을 당한 것일까?
딸의 칭찬 섞인 조련에 열심히 방을 치우며
내가 졌구나.
이건 결국 다 내 일이었구나를 깨닫게 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