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환 May 31. 2020


TV 드라마 작가실

한국과 미국의 TV 드라마 작가실

2020년 5월 현재, 할리우드는 COVID-19으로 인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촬영을 마치고 이미 편집 단계에 있던 작품들과 애니메이션 작품들만이 재택근무 형태로 진행 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시리즈 오더를 받은 작품들의 작가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기인 작가실은 아직 조용하다. COVID-19 시대에 들어 Zoom과 같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시동을 거는 작품들도 있다고 한다.


작가실은 한국에도 있다. 다만, 운영 방식에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 아래는 두 나라의 TV 드라마 작가실에 대해 나눈 이야기다. 에리카/캐틀린과 조슈아는 미국의 작가실, 조윤영 작가는 한국의 작가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Q. 작가실은 언제 구성되어서 언제까지 운영되는가?


에리카/캐틀린(이하 E&C): 물론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엔 제작비에 달렸다. 


조윤영(이하 조): 작가마다 다르다. 상시 운영하는 작가실(작업실)을 꾸려 놓고, 여러 명의 보조작가와 다년간 

일하기도 하고, 해당 작품의 제작이 결정되면 새로 만들기도 한다. 물론 전자는 적어도 1-2년에 한 작품 씩은 꾸준히 방송하거나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의 경우다. 


Q. 작가실은 어떤 인원으로 구성되나?


E&C: 먼저 헤드 작가라 할 수 있는 쇼러너가 있고, 그 아래로 작가들이 있다. 숫자는 둘 일 수도 있고, 열 다섯일 수도 있다. 작품마다 다르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작가실에서 이뤄지는 토론을 노트에 받아 적는 어시스턴트가 있다.


: 메인작가 1명과 보조작가 1-3명이 ‘작업실’을 차리는 게 일반적이다. 메인작가의 숫자가 늘어나면 보조작가의 숫자가 줄어 들기도 한다. 미국의 작가실 규모가 피라미드 형태의 무척 세분화 된 구조라면, 한국의 작가실은 매우 간결하고 메인작가 집중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Q. 미국 작가실은 제법 대규모라 할 수 있고, 한국 작가실은 그에 비해 비교적 소규모다. 운영 방식도 그에 따라 다를 수 있을 듯 하다.


E&C: 쇼러너마다 작가실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 작가들의 레벨에 따라 그들이 하는 일도 다르다. 다만, 작가실에 있는 사람들은 함께 작품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스토리텔링을 찾아내기 위해 모인다는 점은 어느 작품이나 같다. 작가실에 모인 모든 사람의 의견은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 한국드라마는 여전히 메인작가 1명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집필을 맡은 메인 작가, 씬 리스트 작성과 일부 집필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경력 보조작가, 자료조사와 인터뷰, 잡무를 맡은 짧은 경력의 보조작가 정도로 구성된다. 대본 회의에는 감독과 제작사 프로듀서 혹은 방송사 프로듀서가 함께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J: 어느 작가실에나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쇼러너가 가장 의견을 많이 말하고, 그를 이어 총책임 프로듀서, 공동 프로듀서 등으로 이어진다. 이때 프로듀서는 대개 작가들 중 경험이 쌓여서 프로듀서 크레딧을 받는 경우다. 이들 다음으로 좀 더 낮은 레벨의 작가들이 의견을 말하게 된다. 대부분 상위 레벨 프로듀서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이는 그들이 작품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당연하다.


E&C: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많은 사람들이 방에 모여서 수다 떠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모두가 자기 아이디어를 말하고, 모두가 함께 이에 대해 토론한다. 


J: TV 드라마 집필은 다른 일과 아주 다르다. 이는 같은 사람들과 하루 10시간 씩 작은 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시청자들이 앞으로 열 달 동안 기꺼이 그들의 시간을 바쳐서 시청할 한 시간을 쥐어짜내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의 의견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긴다. 사람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감정이 상했을 땐, 여느 일반적인 경우와 똑같이 대처한다. 토론 후에 서로 사과하고, 감정을 추스리고, 그 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낸다.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모든 마찰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원하는 작품 완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Q. 작가실에 모인 이 모든 작가들은 어떤 경로로 고용되나? 할리우드던 우리나라던 누구를 아느냐가 일을 찾는데 무척 중요하다. 편집실을 구성하는 에디터와 어시스턴트 에디터들이 고용되는 모습을 보면 이는 무척 정확한 얘기다. 작가실은 어떤가?


E&C: 작가는 대체로 작가가 쓴 샘플과 면접을 통해 고용된다. 이 샘플은 오리지널 파일럿 일 수도, 영화 대본일 수도, 연극 대본일 수도 있다. 물론, 샘플을 보내고 면접을 하는 기회를 어떻게 얻느냐가 먼저 문제인데, 이는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에이전트를 통하는 경우, 프로듀서나 쇼러너, 혹은 스튜디오를 통하는 경우 등 경로는 다양하다.


Q. 에이전트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에도 작가를 위한 에이전트가 있나?


: 3-4개 정도의 에이전시가 존재한다. 다만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할 뿐이다. 여전히 방송사 혹은 제작사에서 에이전트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존재한다. 명망 있는 작가들의 경우는 굳이 에이전트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도 태반이다.


나 역시 소속된 경험이 있다. 계약할 때 나를 대신해 집필 환경이나 집필료의 협상을 벌이는 존재가 있다는 건 물론 든든하다. 불량 제작사를 상대할 때 온전한 내 편이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작가는 늘 외로운 존재들이니까. 작가는 자신의 값어치를 직접 매기기 힘든 사람이다. 나를 대신한 누군가 나의 진가를 외부와 협상해주는 존재는 늘 매력적이다. 작가협회가 미국식 에이전트의 기능 일부를 대리하고는 있지만, 크게 실효는 없다. 작가에게는 협상 타석에 설 때 동행할 친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도리어 작가라는 직업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동반자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 국내 에이전트의 경우 대개 배우 매니저에서 출발한 케이스가 많아, 작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배우와 작가는 명백하게 다른 성향과 직업적 성격을 가졌다.



조슈아 - iZombie(The CW)

캐틀린 - Supergirl(The CW), The Red Line(CBS)

에리카 - The Red Line(CBS)

조윤영 - <신데렐라 맨>(MBC),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SBS)

매거진의 이전글 플랫폼과 스토리텔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