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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딴지 Jun 15. 2017

[심즈 인벤토리] 심딴지, 시간을 관리하다?!

라디오심시티5회 – 사랑과 전쟁 : ‘기술’ 편 1부

‘심즈 인벤토리’는 도시 디자인 팟캐스트 ‘라디오심시티(Radio S.I.M. City)’의 ‘심즈토크’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번에는 심딴지가 기술과 어떤 애증 관계를 맺고 있는지 『라디오심시티 5회 - 사랑과 전쟁 : ‘기술’편 1부』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문화콘텐츠 속 기술

‘4차 산업혁명’은 2017년 대선에도 핫한 키워드였던 만큼 대중들에게는 꽤 익숙한 용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여 경제 및 산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신기술로 설명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혹은 신기술을 떠올렸을 때, 조금 익숙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이다. 아직 완벽하게 인간의 개입을 제외시킨 자율주행 자동차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원격으로 기계를 제어하는 시스템은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한 달 전쯤 영화를 보다가 자율주행 자동차 혹은 원격 제어시스템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 장면을 마주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 8>의 프리뷰 영상에서도 잠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바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해킹해서 자동차를 움직이는 장면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도로에 주차된 차든 주행 중이던 차든 상관없이 자동차들이 좀비처럼 움직이고, 높은 건물 위에 주차된 차들이 해킹으로 인해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장면은 액션 신으로는 훌륭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기계를 제어할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은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의 스틸컷.  뉴욕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자동차 좀비 레이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의 스틸컷. 높은 건물에서 주차된 차들이 해킹으로 인해 비처럼 떨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제까지 우리가 접해 온 많은 문화콘텐츠 속에는 기술의 발달을 기반에 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이 존재해왔다.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주요 소재인 ‘슈퍼 음식 복제기’라든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나오는 투명망토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 <Her>에서 나오는 OS(operating system), 인공비서 ‘사만다’ 등이 있다. 


실제 투명망토 개발과 관련한 기사는 이미 2012년에 소개되었다. 비서형 인공지능 기기는 SKT의 NUGU, KT의 Genie, 아마존의 Alexa 등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싶은 기술은 아직까지 구현된 사례가 없는 영화 <맨 인 블랙>의 기억 제거기 플래시, ‘뉴럴라이저’이다. 영화 <맨 인 블랙>에서 뉴럴라이저는 건물이 부서지고 외계인이 쏟아져 나오는 대형 사고를 목격한 사람의 기억을 지워 외계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역할을 한다. 처음 <맨 인 블랙 1>이 개봉했을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외계인이 지구인으로 둔갑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하지만, <맨 인 블랙 2>가 나온 2002년에 나는(사춘기여서 그랬는지) 기억을 제거하는 뉴럴라이저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기계가 있었으면 했다. 뉴럴라이저만 가지면 주변 사람들이 나의 실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나는 민망한 순간들을 남기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 <맨 인 블랙3>의 스틸컷. 에이전트 제이와 케이가 뉴럴라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시간을 제어하고 싶다.

여러 기술 중에 나는 시간을 제어하는 기술이 좋다. 시간은 어떠한 기술을 사용해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종종 시간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이런 질문들 덕분인지 나는 시간을 분배하고 계획을 세워 일하는 방식에 꽤나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편이다. 내가 시간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릴 적부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든지,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엔 방학이 되면 으레 방학생활 계획표를 짜야했으니 시간 관리는 어떠한 활동보다 선행되어야 했다. 


이상한 고백을 한 가지 하자면, 나는 하루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또한 하루의 일과를 세밀하게 적어놓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낭비되는 시간이 없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요즘의 내가 자주 활용하는 기술은 거의 대부분 시간의 분배와 관련이 깊다. 나의 일상과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루 동안 내가 사용하는 기술들을 떠올려봤다. 먼저 떠오른 것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컴퓨터와 스마트 폰은 이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업무 도구이다. 그래서 나는 이 도구를 통해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사랑과 전쟁 : 나와 기술과의 관계

위 표와 같이 나의 하루 중 오전 시간은 1분 1초의 차이로 굉장히 바쁘게 돌아간다(*분 단위로 작성된 표의 시각은 어림잡은 시각이 아닌 거의 정확하게 내가 움직이는 시각이다). 그래서 아침에 내가 활용하는 모든 기술은 거의 시간과 관련이 있다. 알람 시간을 맞추어 일어나고, 간밤에 수면 시간을 측정하고, 시간대별 날씨를 확인한다. 대중교통 시간 또한 실시간으로 검색하여 버스 탑승/하차 시각과 지하철 탑승/하차 시각을 예민하게 모니터링한다(자칫, 아주 부지런하거나 깐깐한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전 시간에 활용하는 일상 속 기술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의 일상 속 기술 활용포는 시간을 제대로 분배하고 사용하기 위한 나의 바람이 역설적으로 나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 역시 보여준다. 


나의 인생을 통틀어(100세 인생을 기준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나는 시간에 쫓긴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쉽게도 기말 페이퍼를 써야 한다거나, 글을 작성하는 일과 같이 아이디어를 모아 작업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할 때는 제외된다. 특히, 출근길을 늘 여유 있게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나의 시간은 1분 1초가 더욱더 촉박해지고, 빠듯해진다. 


‘아침에 문밖을 나서면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버스시간을 확인하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갈지 엘리베이터를 탈지 결정하기도 하고요.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기 1분 30초 전에 나가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근데 마을버스는 가끔 기사님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려주는 거랑 시간 차이가 좀 있을 때가 있어요. 분명히 2분 15초 뒤에 온 댔는데, 코앞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고, 곧 도착이라는데 2,3분을 더 기다려야 할 때가 있죠. 그래서 요즘엔 현관을 나서자마자 버스 앱을 작동시키는 시간을 아껴 뛰어나가는 편이에요. 물론 버스 정류장 앞에서 버스 앱을 켜서 확인하죠.. 그랬더니 오늘은 6분이나 기다렸어요. 후...’


누군가 나의 이 조급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관련된 기술을 내 생활에서 모조리 제거해주겠다고 하면 아마 나는 농성이라도 할지 모른다. 이처럼 기술은 시간을 제어하고 싶은 나의 욕망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나의 모든 행동을 옭아맨다. 나에게 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기술은 없으면 불편하고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자꾸 확인하게 되는 것이자, 바로 옆에서 안도감을 주면서 동시에 초조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난 아직도 내가 제일 사랑해마지않는 기술과의 관계가 어렵다. 어쩌면, 아직 나는 시간을 관리하는 나만의 기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도시를 함께 상상합니다. 도시 디자인 팟캐스트 라디오심시티(Radio S.I.M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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