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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 Oct 01. 2020

UX의 U, 사용자에 대해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걸까?

사용자, 사회인 그리고 사람

지금 이 기능은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것 같아요



기능 개선을 위해 미팅을 할 때 제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어느 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사용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까? "


제가 가진 생각들로 사용자를 한 마디로 정의해보려고 하니 막상 떠오르는 명쾌한 정의가 없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글을 가끔 읽으며 쌓아온 얕은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떠다니고 있었어요. 지금껏 사용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사용자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사용자'에 대해 조금 깊게 공부해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UX서적과 아티클을 읽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한 사용자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에 대해 공유하는 글입니다. 3가지 관점과 더불어, 이 관점들을 갖기 위해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하는 역량들은 무엇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사용자는 웹/앱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용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UX의 U, User를 이해하는 게 왜 중요할까?

UX는 'User'와 'experience'라는 두 개의 단어를 합친 말입니다. 각각 직역하면 '사용자'와 '경험'이라는 뜻을 가지는데요. 이 말은 즉, UX 디자이너라면 '사용자'와 '경험'이라는 단어에 대해 남들보다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UX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UX의 본질인 User에 대한 깊게 이해하는 것은 UX 디자인을 하기 위한 기본기를 탄탄하게 세우는 일입니다.


User에 대한 이해는 UX/UI 디자이너에게만 필요한 역량은 아닙니다. 가구, 문, 시계 등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나 BI, CI 그리고 그래픽아트웤을 만드는 디자이너에게도 필요하죠. 내가 만든 디자인이 유저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디자인은 유저들에게서 잊히니까요.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유저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사용자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에 대한 정의는 조성봉 디자이너의 책 [이것이 UX/UI 디자인이다]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용자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

유저가 유저지, 다른 뜻이 있나요?

UX 디자이너라면 남들보다 사용자라는 개념에 대해 세밀하고 깊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사회인, 그리고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사용자에 대한 3가지 관점을 모두 견지하고 있어야 완성도 높은 유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사용자


먼저 사용자란,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와 일대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용자를 이해함과 동시에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스킬과 역량

비즈니스, 시장과 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


서비스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부터 수익모델,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와 기능 등을 공부하고 체득하는 행동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사용자 리서치뿐만 아니라 시장이나 산업에 대한 리서치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로 프로젝트 오너가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죠. 아무리 조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일지라도, 이 서비스가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기뻐하거나 좌절하는지 모른다면 기본적인 사용성은 충족할지라도, 유저에게 가치와 감동을 주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적용 사례

토스의 디자이너 송승원 님의 큰돈 버는 디자인하기 글을 보면, 대출 상품과 신용 카드를 추천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뿐만 아니라 카드를 발급하는 제휴사의 니즈를 분석하여 유저와 제휴사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전환율까지 상승시키는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냅니다.(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으면 단순히 사용성을 높이는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돈을 버는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기획자, 또는 UX/UI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의 생태계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내가 만드는 서비스와 비즈니스까지 이해한다면 이전보다 더 넓은 시야로 프로덕트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관련 서적과 아티클

위의 관점을 기르는데 좋은 영감을 받은 글들을 공유합니다. 비즈니스와 시장, 산업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디자이너 또는 기획자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글들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 사회인


사회인이란 정치, 문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회인으로서의 사용자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연령대별로 세대를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메인 타깃이 어떤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도메인의 서비스라도 제공하는 정보와 콘텐츠 그리고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네이버 지도와 젠리를 비교하면 둘 다 지도와 GPS를 이용하지만, 전혀 다른 기능과 사용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는 목적지로 가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로, 교통정보가 필요한 모든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젠리는 내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 위치정보를 가지고 소통과 일상 공유를 도와주는 메신저 서비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항상 연결되길 원하는 Z세대가 주로 사용합니다. 연령대별로 달라지는 사회적 문화적 특징과 트렌드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와 기능, 그리고 표현 방식이 달라지는 사례입니다.

지도와 메신저를 결합한 젠리(Zenly), 지도와 교통 및 장소 카테고리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지도




필요한 스킬과 역량

타깃 유저의 라이프스타일 이해, 트렌드와 신기술에 대한 예민함 


한 마디로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같은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유저의 사회적 특징에 따라, 설명적인 문장 대신 인싸용어나 이모지를 섞어 쓰는 UX writing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하는 디자인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를 잘 이해하고 서비스와 디자인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적용 사례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자연어처리(NLP)기술과 딥러닝이 발달함에 따라, 고객센터의 수많은 사람들이 처리하던 문의 업무를 챗봇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음성인식기술 발전에 발맞추어, VUX(Voice UX)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는 유저가 모바일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면 운전자가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손으로 조작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내비게이션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이 유저의 니즈를 해결하는 예입니다.


라이프스타일, 기술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으면 유저들의 페인 포인트와 니즈를 더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사회인으로서 유저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련 서적과 아티클

트렌드를 이해하고 이를 프로덕트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아티클은 내가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으면 접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은 fit의 글들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줍니다.

특히 사회 트렌드의 변화를 디자인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잡지인 <디자인>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큰 이슈나 흐름으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디자인을 잘 소개해줍니다. 읽고 제가 가장 최근에 읽은 6월호는 '비대면 시대의 디자인'을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을 소개했네요.(내돈내산)






3. 사람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 대한 관점은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감정적, 인지적, 심리적 특징을 의미합니다. 기쁨, 분노, 호불호와 같은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특징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보다 가까이에 있는 물체들을 연결시켜 인지한다는 '게슈탈트 심리학'도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에 해당합니다. 


위와 같이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도 있지만, 인간의 발달단계에 따라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에 차이가 생깁니다. 같은 서비스라도 메인타겟의 발달단계(연령)에 따라 화면 구성과 인터페이스가 달라집니다.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면 롱 프레스, 더블 탭 같은 어려운 제스처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고, 정보구조도 단순하고 얕게 설계하는 게 좋습니다. 


유튜브 키즈와 유튜브를 비교했을 때, 키즈 서비스는 아이들의 인지발달 단계를 고려해 크기가 더 크고 세밀하게 묘사한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으며, 정보구조도 훨씬 단순합니다. 같은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사람의 인지 발달단계에 따라 다른 정보구조와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Youtube for kids(위), Youtube(아래)의 정보구조와 인터페이스 비교





필요한 스킬과 역량

인지공학, 심리학, 행동 경제학 지식과 경험, 조형의 원리


인간이 세상과 사물을 인지하는 방법들을 이해하고 체득해야 합니다. 반복, 리듬, 대비, 강조 등 조형원리를 이용해 유저를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모바일 기기를 터치할 때, 손가락을 움직이기 쉬운 터치영역은 어디까지인지와 같은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지식도 필요합니다.


출처 : Valéry Girou, How Do Users Really Hold Mobile Devices?



관련 서적과 아티클

이와 관련된 책과 글은 정말 너무너무 그리고 너무 많습니다. 심리, 뇌과학, 행동경제학 이론들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을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프로덕트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모든 관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비스와 UX를 기획하다 보면 결국 사용자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을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관점에 강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공부의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맹목적으로 다양한 디자인 아티클을 찾아보고 분석하는 것도 물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안 다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면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관점에 speciality를 갖고 있을까?

여러분들도 내가 어떤 관점에 강점이 있는지 또는 부족한지 한 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빠르게 실력을 키워보세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나의 학습경험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UX 디자이너의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완전 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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