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톤 UX 인터널 세미나 1부
듀오톤은 매년 살몬(멤버)들의 성장을 위해 인터널 세미나를 제공합니다. 각 팀의 리더가 그 팀만의 관점으로 세미나를 준비하죠. 살몬들은 세미나를 통해 실무에 도움되는 지식은 물론, 실무를 하다보면 간과할 수 있는 본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디렉터분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실무에서 더 잘해나갈 수 있는 노하우, 자극과 영감을 받으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합니다.
오늘은 UX팀 정다영 CD님께서 진행하신 인터널 세미나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UX 세미나이지만 팀과 관계없이 모든 살몬들이 참석합니다. 2020년 7월 17일 금요일 오후, 듀오톤 사옥 2층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어요.
현) 듀오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 삼성전자 UX 디자이너
전) CJ ENM, NHN(Naver), D’strict
명지대, 홍익대, 계원예술대 등 다수 대학 출강 및 Practical Studies UX 코스 강의
UX 인터널 세미나는 실질적인 방법론이나 UX 사례보다는, UX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마인드 셋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습니다. 문제를 더 잘 풀기 위한 방법보다는, 이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등을 생각하는 근본적인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어요.
1부에서는 UX 디자인에 도움이 되는 심리 이론과 CD님의 프로젝트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2부에서는 UX 디자이너로서 시작할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아쉽게도 CD님의 프로젝트 경험은 자리에 있었던 살몬들에게만 공유되며, 오늘 글에서는 1부 - UX 심리 이론을 위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1부를 시작하기 전,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물통 디자인' 워크샵을 준비해주셨어요.
미션은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물통을 5분 안에 '리디자인'하는 것인데요. 미션을 받은 살몬들은 주어진 종이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타이머가 울리기 전, 한 살몬이 "어디에 쓰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하자 워크샵이 종료되었습니다. 사실 이 워크샵은 리디자인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디자인 미션을 받았을 때 디자이너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실험이었죠. 살몬들은 바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둘러보고,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나오는 질문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환경적 질문'과 '본질적 질문'이죠. 무언가를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쓸 건가요?",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나요?", "왜 리디자인이 필요한가요?"같은 본질적 질문 없이 "종이를 양면 다 써도 되나요?", "물통의 크기는 얼마나 큰가요?", "색깔은 상관 없나요?" 환경적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UX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툴이나 리서치 방법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아는 것입니다. UX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건 단지, 깊은 관심과 무한한 애정, 편견 없는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관찰, 끝없는 질문과, 질문, 또 질문이죠.
사실 물통 리디자인은 실제로 진행된 사례였습니다. 바로 Piet Hendrikse의 Q-drum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Hans Hendrikse & Piet Hendrikse 형제는 깨끗한 식수가 공급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한 물통을 고민했습니다.
깨끗한 물을 긷기 위해 어린 아이들이 모여 무거운 물통을 들고 먼 길을 오가야했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물을 길을 수 있도록, 그들은 바퀴 형태의 물통을 디자인합니다. 여기서 그들은 어떤 리서치 방법론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것을 사용할 사람에게 엄청난 애정과 관심을 가졌을 뿐이죠!
'방법론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어떤 좋은 방법론을 알려주실까 기대했던 살몬들에게는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인데도 쉽게 간과하는 이야기였죠.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급급하여 간과했던 정말 중요한 것,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BdtGjoIN4E
1부는 UX 디자인의 대가 도널드 노먼의 영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UX는 특정 제품이나 사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환경이나 기억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인 분야죠. User experience, UX의 중심에는 유저가 있습니다.
이때 유저란 인간을 뜻합니다. 타깃 유저는 미션에 따라 매번 변하지만, 모두가 ‘인간’이죠. UX를 깊이 알기 위해선, 인간에 대해 좀 더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듀오톤 UX 인터널 세미나에서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반 지식으로 ‘뇌과학’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뇌'. 영문으로는 파충류의 뇌(Reptilian brain)라고 부릅니다. 생존, 본능, 감각, 무의식 등 생리적인 역할을 담당하죠.
두 번째는 '대뇌변연계'. 영문으로는 포유류의 뇌(Paleomammalian brain)라고 부릅니다. 바로 여기에 많이들 들어보셨을 '편도체'라는 조직이 있는데요. 무서울 때 털이 쭈뼛 서는 것처럼, 위험한 상황에 반응하는 등 감정과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세 번째는 '신뇌'. 영문으로는 신포유류의 뇌(Neomammalian brain)라고 부릅니다. 인간만 가지고 있는 기관이며, 이성, 고차원적 사고, 인지와 상호작용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어떤 정보를 담을지,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길지 등을 정하죠.
오늘 주목할 부분은 '구뇌'입니다. 무의식을 담당하는 구뇌는 우리 행동의 대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이죠. 우린 스스로가 항상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행동해 온 습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우리의 신체는 시시각각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데, 이 자극에 모두 의식적으로 반응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UX 디자이너가 이러한 무의식을 잘 활용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앳킨스-쉬프린의 기억 모형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세 가지 단계를 갖고 있습니다. 감각 기억 → 단기 기억 → 장기 기억 순으로 더 오래 간직해야 할 정보를 구분하는 것이죠.
첫 번째, 감각 기억.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각을 통해 들어온 감각은 머릿속에 아주 짧게 저장되었다가 사라집니다.
감각 기억이 단기 기억으로 이동하려면 '주목(Attention)'이 필요한데요. 아무리 흐릿해도 바로 단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정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컬러입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보고서 컬러를 가장 쉽게 기억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반복과 충격이 필요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죠. 사람마다 갖고 있는 단기 기억들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맥락에 기반한 미끼들을 던져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를 위해 많은 마케팅 회사들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이 이론을 UX에 적용해볼까요?
인간의 뇌는 정보를 청크 단위로 나누면 훨씬 잘 기억합니다. 청크란 '의미가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정보를 전달할 때, 몇 개의 청크로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하죠. 인간이 최대로 기억할 수 있는 청크의 개수는 7개(±2)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전화번호가 7자리인 것도 같은 이유이고요, 이건 디지털 프로덕트에도 적용돼요. 애플 웹사이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GNB를 보시면 7개의 메뉴로 구성되어있죠. 애플은 절대로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반면 삼성의 경우 GNB 메뉴가 9개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에 메뉴를 전부 기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해요.
연관하여 알아두면 좋을 내용으로 스키마를 소개 합니다. 앞에서 어떤 정보를 반복해서 주입하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된다고 말씀 드렸죠? 그렇게 반복함으로써 사람의 머릿속에 특정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새겨지는 것을 '스키마'라고 합니다.
그래서 UX 를 디자인 할때는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 지식을 헤치지 않도록 하고 - 최대한 기존에 학습된 사용성을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 개선을 하며 이 스키마를 지키지 못해 불편을 겪었던 사례가 하나 있죠.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Metro language(2000~) 가 적용된 Window 8 의 초기 모습 입니다.
그 외에도 아쉽지만 여기에 공개할 수는 없는 다양한 인지심리학 / 행동경제학의 이론들과 사례들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Touch point 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현 진행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대외비 이슈로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타당화는 무의식의 욕망 중 하나로 바로소속 되고픈 욕망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사회라는 공간 안에 살면서 타인과 어울리며 소통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 어떤 제품을 쓰는지 그렇게 알고 싶어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커머스의 경우 리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전환율이 20% 이상 차이난다고 해요. 또, 같은 리뷰라고 해도 정보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파워가 현저하게 달라지죠. 작성자 정보 없이 평점만, 작성자는 모르지만 가상의 퍼소나와 후기, 작성자가 공개되어있고 + 그 사람이 남긴 후기까지. 여러분은 어떤 정보에 더 신뢰가 가나요?
디자이너들은 심미성을 고려해서 정보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달랑 평점 하나만 남기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리뷰가 구매에 끼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면 절대 그렇게 설계하지 않겠죠.
행동경제학 관점에서도 여러가지 이론들을 살펴 보았는데, 그중 한가지를 소개 드리자면 바로 Choice overload. 선택 과부하입니다. '선택의 역설'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보통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안 좋은 선택을 하거나 심지어 결정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해요. 백종원도 골목식당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메뉴 줄이기' 잖아요. 웹사이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정보의 개수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폼 필드나 셀렉트 박스의 수가 전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 수 있겠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을 위해 보너스로 하나만 더 알려드릴게요! 바로 희소성 효과입니다. 똑같은 쿠키를 한 병에는 가득 채워놓고, 다른 한 병에는 조금만 채워뒀을 때 사람들은 조금만 채워진 쿠키를 더 맛있게 느꼈다고 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1부 시작 하기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에 했던 물통 리디자인 워크샵 기억나시나요? 그때, 사실은 테이블마다 펜이 담긴 통이 다르게 제공되었어요. A테이블에는 모두 검정색, B테이블에는 하나만 빨간색, C테이블엔 골고루... 일부러 특정 펜이 희소해보이도록 설정을 해뒀을 때, 그 펜을 가진 분은 표정부터 달라지더라구요. 재미있지 않나요?
오늘 말씀드린 이론들을 머릿속에 잘 저장해두셨다가, UX하실 때도 하나하나씩 떠올려가며 적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세미나에 참여했던 살몬들의 후기를 전하며, 2부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UX팀 조영광 선임
“UX디자이너에게 필요한건 단지, 깊은 관심과 무한한 애정, 편견 없는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관찰, 끝없는 질문과, 질문과 질문 입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UX 디자인은 어떤 기술이나 방법론을 아는 것 보다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 하셨습니다.
으레 어떤 획기적인 프로세스 같은 것을 예상했는데 그동안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떤 방법론이나 기술 같은게 있진 않을지 고민하는데 너무 신경을 쓴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건 그 사용자가 누구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공감’ 하려는 마음가짐과 문제해결을 위한 ‘끈기’ 이고 사용자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적합한 하나를 골라 활용하면 된다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을 다시 상기 시켜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뇌의 삼위일체 이론이나 엣킨슨 쉬프린의 기억 모형같이 인지심리학 관련한 다양한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먼저 내가 하는 일에 얼만큼의 집착과 애정을 갖고 바라 보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BX팀 김채현
최근 타 팀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는 곧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의 타이틀은 UX 교육이지만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근간으로 풀어나가는 디자인은 바로 그 본질을 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UX와 BX 등 분야의 경계를 생각하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디자이너의 역할이란 이해하고 찾아내어 해결해 나가는 것. 브랜드 디자인 또한 그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존재한다는 것. 이러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CX팀 전지윤
디자인을 하면서 '왜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지?'라며 스스로 하는 질문에도 답을 못 찾고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정다영 CD님께서 강조하셨던 '관심과 애정', '관찰', '질문',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기'는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내용이었습니다.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 아닌 문제에 접근하는 근본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번 짚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해진 방법에서 쉽게 얻는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직접 느끼며 쌓는 경험의 중요성과 그러한 경험들을 저와 함께 나누는 그레텔(동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사물을 관찰하며, 경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다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IX팀 임경우
이번 UX 특강 중 ‘Question’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그래서 왜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선행된 뒤 나머지 환경적인(예산, 기간 등) 질문들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IXD(Interaction Design)을 하다 보면, 위의 본질적인 질문을 잊은 채 단순히 주어진 Screen에만 집중해 IXD 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User의 Needs, Context를 잊은 채, Screen을 좀 더 모션적으로 유려하게 디자인하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조금 더 넓은 시야로 Product을 바라보고 적용해야겠습니다.
작성자: 김강령, 박서진, 윤지수, 이지수, 이창훈, 장일홍, 조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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