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톤 - UX 인터널 세미나 2부: Meet your Gretel
듀오톤은 매년 살몬(멤버)들의 성장을 위해 인터널 세미나를 제공합니다. 각 팀의 리더가 그 팀만의 관점으로 세미나를 준비하죠. 살몬들은 세미나를 통해 실무에 도움되는 지식은 물론, 실무를 하다보면 간과할 수 있는 본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디렉터분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실무에서 더 잘해나갈 수 있는 노하우, 자극과 영감을 받으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합니다.
오늘은 UX팀 정다영 CD님께서 진행하신 인터널 세미나 2부를 전해드립니다. UX 세미나이지만 팀과 관계없이 모든 살몬들이 참석합니다. 2020년 7월 17일 금요일 오후, 듀오톤 사옥 2층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어요.
UX 인터널 세미나 2부에서는 우리, 디자이너의 여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현장에서 듣는 진심 어린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감동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세미나 때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겨볼게요.
+2부 세미나의 내용은 2018년 Bibly stoa 에서 진행된 Stoa salon 에서 처음으로 하셨던 이야기인데, 어떠한 지식 강연때 보다 마음에 남았다는 피드백들을 받아, 이후 듀오톤 입문 교육에서 살몬분들께 꼭 전해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살롱을 기획해 주신 비블리 덕분에 준비된 이야기이므로, 장표에 Bibly stoa salon 표기를 유지하였습니다.
1부 디자인 파운데이션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링크)서 읽어주세요!
UX 디자이너로서 시작할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정이라는 단어에는 '여행의 과정과 일정'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행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시름의 감정이라는 뜻도 있어요. 가장 많이들 하시는 답변이, '난 지식을 많이 쌓아야겠어.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해야겠어, 책을 많이 읽어야지, 웹서핑을 많이 하고 아티클을 많이 읽고, 지식을 많이 습득해야겠어...' 이렇게 플랜을 짜시는 거예요. 플랜을 짜는 유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렇게 중무장한 상태로, 안전하게 여정을 시작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거,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 중에도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전략 잡고, 디자인하고... 이게 생각처럼 쭉 흐르면 정말 좋겠지만, 생각대로만 되면 그게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쭉 흘렀을 때 우리 대부분은 '이게 맞다'라고 착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한 것 같아요. 우린 계속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고, 실패에서 배워야 하거든요.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 네비게이션을 찍죠? 네비게이션 쓰시면 뭐가 좋아요? 빨리 갈 거예요. 실패할 확률도 적고요. 근데 슬픈 사건도 발생합니다. 혹시 디즈니 픽사의 '카'라는 애니메이션 보셨나요? 보시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산꼭대기에 올라간 등장인물이 '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는데 다들 저 쭉 뻗은 길로만 가려고 하잖아.' 저는 그 장면이 진짜 인상 깊었거든요. 조금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절대 지식으로, 스킬들로, 기획으로 중무장하시고 안전하게 차에 타서 이 길을 걷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차에서 보는 풍경은 이게 전부죠? 근데 우리가 진짜 쌓아야 하는 건 이런 게 아니죠. 저런 스팟 가서 사진 한 장 찍는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우리 경험이 되는 건 아니예요. 추억일 뿐이죠. 우리가 진짜 만들어야 하는 건 경험이고 우린 경험 디자이너잖아요.
경험은 언제 발생할까요? 정해진 길로 쭉 갔을 때, 절대 얻을 수 없는 게 경험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왜 디자인을 시작했는지, 이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는지, 왜 이 어둡고 슬프고 외로운 숲에 들어왔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경험을 쌓기 위해 모였고, 경험을 쌓기 위해 듀오톤에 들어오셨을 거예요. 저희 회사의 가장 큰 강점 중에 하나는, 틀렸다고, 실패했다고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 저는 그거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거 많이 물어보시고, 틀려보시고, 삽질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CX 멤버에게 갑자기 UX 프로젝트를 맡기고, BX 멤버에게 갑자기 분석을 맡기는 거예요. 그 분들이 또 다른 길을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이렇게 정해진 길이 아닌 샛길로, 또 다른 길로 갔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차에서 내려서 보아야 풀잎도 생생하게 느끼고, 낙엽도 그림으로 보는 게 아니라 온전하게 밟아볼 수 있을 거고, 눈이 올 때도 '눈이 오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보실 수 있고. 이렇게 직접 느껴보시면서 감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시는 거예요.
아까 감정은 중뇌가 제어한다고 말씀 드렸죠? 감정들은 고스란히 경험이라는 요소로 여러분의 장기 기억소에 쌓일 겁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저니를 밟으시다보면요, 문득 굉장히 외로워지는 순간이 올거예요. 3년에 한번씩 오잖아요, 슬럼프. 엄청나게 괴로워져요 갑자기. 난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난 무얼 하고 있는 건가. 길을 잃은 것 같고 힘들고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제가 올해 20년차가 된 거 같아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 동안, 이 필드에서 삽질이란 삽질은 다 해보면서 디자인하다보니까 제 진짜 경험치, 진짜 지식들, 진짜 노하우들은 이때 나온 거 같아요. 길을 잃은 순간.
마지막으로 알려드리고 싶은 게, 이 편도가 단기 기억소에 있는 정보를 장기 기억소로 다이렉트로 보내는 버튼이에요. 죽도록 힘들고 괴로울 때, 이 편도가 눌러지거든요? 잘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의 진짜 경험과 노하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밤새고 힘들게 하잔 얘기가 아니예요. 많이 고민해보고 틀려보자는 거예요.
우리 업계가, 듀오톤이 원하는 건 경력자가 아닌 경험자에요. 우리가 채용할 때 신입과 경력을 구분하지 않는 이유가 그거예요. 인터뷰할 때도 '스케치 얼마나 잘 쓰세요?'같은 것 절대 묻지 않죠. 어떤 경험해오신 분인지, 어떤 생각으로 만드셨는지 묻고 있어요.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경험을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고, 그 경험, 여기서 제대로 쌓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드리고 오늘 세미나 마치겠습니다.
당신의 여정을 위해 꼭 필요한, 한가지를 선택한다면?
UX 디자이너로 힘든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신께서 선물 하나를 주시겠대요. 뭘 고르실래요?
건강, 엄청난 기억력...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저한테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말하라면 0.1초도 고민안하고 동료라고 말할 거예요. 동료만 있으면 돼요, 진짜. 제가 뭘 아느냐는 중요하지 않고요. 제가 체력도 좀 저질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옆에서 힘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여기 여성분들 많으신데, 솔직히 미안한데, 앞으로 얼마나 고생할지 제가 겪어봐서 알기 때문에, 너무 걱정되고 가끔 눈물도 나요. 저도 필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웠어요. 여자분들의 저니에는 굉장히 큰 허들들이 있거든요. 결혼이라는 허들, 출산이라는 허들, 그리고 학부모가 된다는 세 번째 허들이 있어요.
세 개의 허들을 넘어야 필드 내에서 쭉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텐데... 이 허들을 넘을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던 건 결국 동료, 사람 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보육 시설, 육아휴직 잘되어있는 것 보다 입덧하고 만삭에 힘들어 할 때 곁에서 응원해주던 동료들. 가끔 책상위에 놓여있던 레몬 주스 하나. 야근할 일이 생겼을 때 '이거 내가 할테니까 너 빨리 들어가.' 라던 문자 메세지. 이게 정말 큰 힘이 되었거든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리그에서 같이 움직이는 colleague. 그런 동료를 듀오톤에서 많이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듀오톤에서 많이 배우기도 하셔야겠지만, 정말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 되시는 것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아까 같은 그 험난한 길도, 누가 같이 헤매주고, 같이 고민해주고, 같이 삽질해주고, 같이 바라봐주고 의견을 나눠준다면 그 길이 즐겁고 행복할 거거든요.
저의 마지막 슬로건은 '그레텔을 만나시라'는 건데요. 헨젤과 그레텔 아시죠? 여기서 주인공은 헨젤인데, 이 소설의 제목이 헨젤이어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고, 그레텔이어도 성공 못했을 거예요. 헨젤과 그레텔이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었던 얘기인 것 같아요. 얘기 다 아시죠, 동화? 헨젤과 그레텔이 계모에게 버림 받아서 숲에 들어갔고, 엄청난 외로움을 느껴야했죠. 꼬맹이들이. 헨젤 혼자였다면 못견뎠을 거고, 그레텔 혼자였다면 마녀를 처치하지 못했을 거고. 브레드 크럼을 뿌렸어도, 집까지 같이 갈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여러분의 그레텔이 누군지 한 번 생각해보시고, 이 교육 이후 남은 한해 당신의 그레텔을 만나는 시간으로 남은 시간 활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레텔을 만나시고 의미있는 관계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작성자: 김강령
UX 인터널 세미나 1부 보러가기 https://brunch.co.kr/@duotoneofficial/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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