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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 Aug 29. 2020

팔지 않아요, 사고 싶게 만들어요. 오늘의집 서비스분석

왜 오늘의 집은 커머스가 아닌 커뮤니티를 선택했을까?

여는 글

오늘의집은 왜 커머스가 아닌 인테리어 콘텐츠 중심의 커뮤니티에 집중할까요? 그리고 이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오늘의집 화면을 일반적인 인테리어 앱과 비교하여 어떻게 다른지 소개합니다. 그다음 오늘의집 '커뮤니티 기반 커머스'가 성공한 이유를 UX 디자인 석학, 도널드 노먼의 저서  <디자인과 인간 심리>에서 소개한 '근본 원인 분석'을 이용해 탐구합니다.







오늘의 집은 커머스가 아닌 커뮤니티 앱이다.

파는 게 아니라, 사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인테리어 콘텐츠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오늘의집 서비스를 분석하기 위해 3일간 사용해보았습니다. 인테리어 전문가뿐 아니라, 전문가에 준하는 금손을 가진 일반인들의 셀프 인테리어 사진들을 하나둘씩 훑어보다 보니 어느새 스크랩한 가구가 한가득입니다. 이쁜 인테리어를 보니 없던 구매욕구가 뿜 뿜 솟아났습니다. 한참 서비스를 사용하던 중 문득 생각 하나가 머릿속을 스칩니다. 보통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한다면 세일 정보나 가구 카테고리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의 집은 가구를 먼저 보여주지 않고 인테리어 콘텐츠를 홈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가구를 판매하는 한샘몰(왼쪽)과 오늘의집의 화면 구성을 보면, 서로가 강조하는 요소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집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스토어가 아닌 커뮤니티와 인테리어 콘텐츠를 전면에 보여줍니다.

가구 구성과 판매를 중시하는 한샘몰과 달리,  나에게 맞는 인테리어 콘텐츠를 추천하는 오늘의 집


스토어 대신 커뮤니티와 인테리어 콘텐츠를 먼저 보여줍니다.





왜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유저에게 통할까?


오늘의집은 천만명에 가까운 유저에게 선택받은 인테리어 플랫폼입니다. 이 말은 즉 오늘의집 콘텐츠가 수많은 유저에게 소위 '먹힌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오늘의집이 성공했을까요? 오늘의집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본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분석을 위해서 '근본 원인 분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근본 원인 분석이 뭐예요?

"사람들은 드릴을 원하지 않는다. 15mm의 구멍을 원한다. 아니, 그 구멍에 고정할 선반을 원한다."


근본 원인 분석이란 주어진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사건 또는 현상의 근본 원인을 탐색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현상의 이면에 있는 숨겨진 문제를 발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UX 전문가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 심리>에서 근본 원인 분석이라는 명칭을 붙여 소개하고 있으며,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기획을 주제로 하는 책과 아티클에서 문제를 탐구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활용해 인테리어 콘텐츠가 유저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데이터와 리서치로 검증해가며 분석해보겠습니다.

why, why, why, why and why?







근본 원인 분석 하기 : 인테리어 수요가 왜 증가했을까?


첫 번째 why : 4~6인의 가족형태에서 1인, 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집의 콘텐츠가 성공한 이유를 분석하기 전에, 사람들이 공간을 꾸미는 이유를 먼저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나만의 공간이 생겨난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게 되면 공간을 오롯이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게 되니 인테리어 수요도 늘어나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분들은 잠깐 가구들을 살펴보세요. 혼자 살았다면 없었을지도 모르는 밥솥과 식탁이 있고, 냉장고도 너무 큽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책상은 다 커버린 내가 쓰기엔 너무 작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습니다. 한 가족이 사는 집은 공동 공간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 오롯이 반영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1인, 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내 주거공간을 온전히 나의 취향대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을까요?

출처 : 매일경제, `나 혼자 산다` 38.5%…1인 가구 역대 최다(2020.7)






두 번째 why : 공동체 속에서의 내가 아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령층은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20~39세의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오늘의집의 메인 타깃은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노년층은 일단 제쳐두겠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동체가 아닌 '나'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가족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기보단 독립하여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자 하는 경향이 1인, 2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가성비'에서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나에게 만족과 가치를 줄 수 있는 '가심비'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 '가심비' 트렌드는 인테리어에도 녹아들었습니다. 잠깐 머무는 공간이더라도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나의 공간을 채우려는 니즈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텔레비전은 필수가 아니며 밥솥도 필요 없습니다. 내가 오롯이 좋아하는 가구와 소품들로만 공간을 채우는 것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삼성은 '가전을 나답게'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비스포크를 선보였습니다.

삼성 뉴스룸 출처,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냉장고 모듈을 조합할 수 있는 삼성의 '비스포크'



분석 결과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하는 건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결과, 제가 발견한 근본 원인은 "나의 공간을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100인 100색의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 니즈가 나타나게 되었고, 개인별로 파편화된 다양한 인테리어 니즈를 충족시켜줄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오늘의집'이 등장합니다.





오늘의 집 콘텐츠가 매력적인 이유

가구를 파는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사고 싶게 만드는 오늘의 집


오늘의집의 인테리어 콘텐츠의 특징은 어떤 가구와 소품을 사용해서 꾸몄는지 설명해주는 정보와 함께, 이러한 인테리어를 왜 선택했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있는지까지 개개인의 스토리까지 담겨있습니다. 인테리어와 더불어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는 구매를 고민하는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때 구매자는 단순히 인테리어 용품을 산다기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어지는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죠. 가구와 인테리어는 목적이 아니라, 나만의 홈 라이프를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니까요. 오늘의집의 콘텐츠는 인테리어 용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커뮤니티는 인테리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게 함으로써, 매일매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합니다. 콘텐츠 안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한 유저가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콘텐츠 내에 [상품 모아보기] 버튼을 항상 노출시킴으로써 유저의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흐름을 설계했습니다.


콘텐츠에서 구매까지의 서비스 흐름



정리하는 글

밀레니얼 세대가 인테리어 상품을 구매하는 근본 원인을 정확히 포착한 오늘의집

오늘의 집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내 공간에 녹여내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대신에 '인테리어 콘텐츠'라는 솔루션을 선택했습니다. 오늘의집의 수익은 인테리어 상품 구매에서 발생하지만, 오늘의집은 여전히 인테리어 콘텐츠와 커뮤니티 형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의 집은 2~3년간 콘텐츠 형성에 집중한 후 나중에 이커머스를 시작했다고 하죠.


다음 글은 오늘의집의 인테리어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이유를 소셜 프루프(social proof) 개념을 가지고 분석해봅니다. 소셜 프루프란 인간은 결정을 내릴 때, 상품리뷰나 별점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고, 정답에 가까운 해답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같이 토론해봅시다!





목차

01. 왜 오늘의 집은 커머스가 아닌 커뮤니티를 선택했을까?

02. 소셜 프루프(social proof)로 분석하는 오늘의집 콘텐츠 페이지와 커뮤니티

03. 콘텐츠부터 상품 구매까지, 오늘의집 핵심 활동 UX 분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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