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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Dec 19. 2023

이커머스 상품 상세가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

다크패턴 규제 사례로 바라본 법률과 프로덕트의 관계

어떤 분야든 도메인을 불문하고 기획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법(Law) 일 것입니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이커머스를 둘러싼 개인정보 보호법, 전자상거래법, 정보통신망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수많은 법이 있지만 요즘따라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법과 관련된 한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다크 패턴입니다.


다크 패턴은 이커머스와 더불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OTT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이슈이나 이번 글은 이커머스에 한정해 서술하였습니다.



다크 패턴의 법적 규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란 사용자가 서비스 측에 이득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사용자를 속이도록 만들어진 사용자 인터페이스입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 설계된 UX를 의미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다크 패턴에 대해서는 심심찮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20년도 즈음부터 멤버십 해지를 어렵게 하는 화면 구조나 문구 배치, 정보를 교묘하게 조작해 클릭을 유도하는 마케팅 팝업 등 다크 패턴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죠. 그 덕분에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크 패턴 UX와 문구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제는 다크 패턴을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크 패턴이 전자상거래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막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법적인 제재를 가하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다크패턴에 대해 실효적 규율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고, 7월에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습니다.

다크패턴을 제재하는 일명 '다크패턴법(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안)'도 입법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프로덕트와 법

잠깐, 여기서 저는 단지 법적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으로만 다크 패턴을 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외국의 번역서와 온라인 아티클을 통해 읽던 다크 패턴이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올라와 법 개정에 포함되기까지 한 상황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온라인 쇼핑이 전 인구에 일상화되었고

그에 따라 새로운 법적 표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여러 서비스가 빠르게 지표를 획득하기 위해 활용했던 의도적인 기법을 사용자도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

쇼핑 플랫폼에 대해 통신판매업자/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의 판매 상품 관리 소홀이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


요약하자면, 쇼핑 플랫폼에서 사용자를 혼동시킬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인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구루 마티 케이건은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네 가지 큰 리스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중 사업 유효성 리스크(Business Viability Risk)는 가치, 사용성, 타당성 리스크에 비해 간과되기 쉽지만 나머지만큼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는 회사의 사업적 환경, 그를 둘러싼 법적 규제, 파트너십의 요구를 모두 효과적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 유효성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좋은 제품 관리자와 위대한 제품 관리자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업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
지금까지 치열하게 일구어낸 회사의 매출 명성, 직원, 고객을 지켜내기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법적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1. 사용자 불편: 사용자의 불편이 발생함은 물론이고,


2. 법적 제재: 회사가 행정 기관으로부터의 시정명령을 받거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의 더 큰 부정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3. 리소스 낭비: PM, 디자이너, 개발자 다 함께 열심히 만들어놓고 시정명령을 받아 또다시 고쳐야 한다면, 그 시간과 인력이 얼마나 아깝겠습니까.


4. 회사와 프로덕트의 신뢰도 하락: 그뿐만 아니라 사건의 규모가 커질 경우, 법률 위반 사례가 미디어에 보도되는 등 프로덕트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고객과 파트너십에 대한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PM은 법적 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인지하면서, 내가 만드는 프로덕트를 지배하는 법률에 대해서 안테나를 항상 세우고 있어야겠죠. 법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돌다리도 한번 더 두드려 보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커머스에서 다크 패턴을 최소화하는 방법

이커머스 도메인에서 발생한 다크 패턴의 나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크 패턴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해리 브링널의 홈페이지에는 수치의 전당(Hall of Fame)이라는 게시판에 전 세계의 다크 패턴 사례를 수집해 공개하고 있고요. (바로가기)

국내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의 별첨 파일만 읽어도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저는 나쁜 사례를 수집해서 공유하는 대신, 다크 패턴 제거의 핵심과 잘 반영된 이커머스 사례 몇 가지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2023)


다크 패턴에는 여러 세부 범주가 있지만 공통적인 핵심은 정보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꾸로 말해, 그것을 제거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야겠죠.


1. 공간: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숨기거나 조작함

  → 정보를 숨기지 않으며,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근거와 기준을 투명하 한다.

2. 시간: 중요한 정보를 마지막에 보여줌

  → 구매 과정에서 필요한 일련의 정보를 한 데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3. 심리: UX Writing이나 UI를 활용해 사용자를 조급하게 만듦

  →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모든 정보는 상품 상세로 모여라

이 세 가지 조건에 맞게 UX를 구현할 수 있는 이커머스 서비스 최적의 지면은 바로 상품 상세입니다.


상품 상세는 온라인 쇼핑을 하면 반드시 방문할 수밖에 없는 페이지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앱에서 관심 가는 상품을 찾아서 들어가거나, 네이버에 최저가 검색을 통해 낯선 상품 페이지로 떨어지더라도 마주치게 되는 것이 바로 상세페이지이니까요.

사용자들은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상품의 디테일한 정보를 확인하고, 가격을 체크하고, 다른 사람들의 구매 후기를 열심히 읽어 보며 구매 결정을 내립니다. 구매 의사를 강화하는 첫 번째 관문인 상품 상세를 중심으로 정보 제공 방식을 개선할 포인트가 있는지 점검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투명한 할인정보 고지

할인 가격에 대해서는 표준이 되는 가격과 할인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상품 목록이나 상품 상세 ATF(Above the Fold) 영역에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표기합니다.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적용받을 수 있는 쿠폰, 결제수단 할인 등 항목에 대해서는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기간 세일은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을 공개해 사용자가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게 합니다.



명확한 추천 근거 제공

광고를 단순 추천과 혼동되지 않도록 광고임을 명확히 고지합니다.

사용자 행태에 기반한 추천이라면 추천 근거를 명시하며, 원치 않을 시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을 만듭니다.



배송과 반품 정책 명시

빠른, 오늘 과 같은 단어로 배송 이점을 강조하고 있었다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배송 및 반품과 관련하여 지역별 차등이 있는 경우 명시합시다.

반품 및 교환 정책을 숨기거나 제거하지 않고 사용자가 찾기 쉬운 곳에 배치합니다.




투 머치 토커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난 글에서 상품 목록이 유용성과 혼란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상품 상세는 정보가 많아지더라도 구체성과 객관성, 정직성을 추구해야 하는 페이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찬호 씨가 자신의 투머치토커라는 별명과 관련해 필요한 이야기를 좋은 메시지로 전달하는 "굿머치토커"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한 적 있습니다. 우리 서비스의 상품상세가 그저 많이 말할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전달하며 진정한 굿머치토커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Deceptive Patterns

https://www.deceptive.design/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제정

http://www.ftc.go.kr/www/selectReportUserView.do?key=10&rpttype=1&report_data_no=10140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전주경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0763885

<UX Writing 매거진> 전주경

https://brunch.co.kr/magazine/uxlabel

<디자인 트랩> 윤재영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0649345 

<인스파이어드> 마티 케이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7512293

The Four Big Risks

https://www.svpg.com/four-big-ri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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