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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뚜루 Aug 14. 2022

혼자 사유하는 것에 대하여

베를린에서의 메모

2021년 8월부터 10월, 약 6주 동안 베를린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였고, 출장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오랫만에 주어진 시간동안 혼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남긴 생각과 질문들을 다시 읽어보니 꽤 재밌다. 

 


오늘의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힘들땐 무엇을 하는가?

싫어하는 건 무엇인가?

지루한 사람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베를린에 오기 전에는 혼자 있는 것을 오랜만에 해서 걱정스러웠던 거지, 나는 사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고독이 공기처럼 필수적인 사람이다. 


혼자 남겨진 시간 동안 길을 거닐며 생각하는 것 또한 그렇다고 오늘 생각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10분 이상 혼자 사유하는 기회조차 제대로 못가졌다. 돈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기면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나는 내게 생긴 너무 많은 시간을 어떻게 잘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한때는 무엇이든 함께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혼자 남겨지게 되면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만약 함께 무언가 재미난 걸 한다면 행복하겠지만, 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자각하고 기록할 시간을 가지기는 힘들다. 떠들썩하게 지나가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면, 무언가 혼자서 하고 자각했다면 기록을 꼭 해야한다는 말이 된다.) 혼자 있을 때 사람은 남 눈치 보지않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걸 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혼자 콘서트를 보고 오케스트라를 보고, 미술관 전시회를 가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잘해줘야 할 것이다.


그때 거닐며 생각하던 베를린의 어떤 다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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