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에 음반이 만 오천장 정도 있는데요.
중학교때 용돈을 모아 첫 음반을 산 이후로
몇십년간 한장 한장 모아진 음반들은
제 지나온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 가수나 그룹의 처음과 끝을 간직하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이제 나의 역사가 곧 그들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지요.
지금은 이름 석자만으로 독보적인
김동률의 시작도 <전람회>라는 그룹이었죠.
전람회는 피아노와 보컬인 김동률과
베이스의 서동욱으로 구성되어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재즈풍의 곡 <꿈속에서>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어요.
전람회의 기념비적인 1994년 1집 앨범
김동률의 벨벳처럼 부드럽고 에스프레소 처럼 진하고 풍부한 저음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저는 향수라는 곡을 참 좋아 했는데요.
역시 가장 유명한건 이 곡이겠죠.
'기억의 습작'
영화 건축학개론 OST로 쓰여
청춘의 한때를 돌아 보게 만들었던 곡이었습니다.
1996년에 발표된 2집,
용기 없는 작은 가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그 유명한 '취중진담'이 실려 있어요.
1997년 발표된 마지막 앨범 '졸업'
타이틀이 의미심장하죠?
말그대로 전람회는 이 앨범 발매와 동시에 해체됩니다.
전 이 졸업이라는 노래가 참 좋았습니다.
졸업은 이별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으니까요.
음악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선언한
김동률이 이적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앨범
< 카니발 >1998년
여기에 또 한곡의 명곡이 탄생합니다.
바로 '거위의 꿈'입니다.
인순이도 그렇고 리메이크도 많이 되었지만
역시 이 두 사람의 목소리와 소울을
따라올 수가 없지요.
김동률의 노래와 함께 한
8월의 어느 비오는 밤..
이 앨범들과 함께 지나간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가만히 넘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