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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pr 18. 2018

30 -1-

서른 살의 나는 어땠는가.

남자가 시흥으로 와서, 안산으로 직장을 다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남자는 한 살을 더 먹었고, 이제 서른 한 살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남자는 문득 남자의 나이가 '육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갓 서른도 아니고, 서른 하나다. 더 이상 흔들리거나 방황할 나이가 아니다. 

남자는 문득 서른의 자신은 어땠는가. 하고 자문해보았다.


서른즈음의 남자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정성을 다한 글과 그림으로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쓰디 쓴 탈락의 맛만 실컷 보았고, 높아질 예정인 최저 임금으로 인한 고용 기피와 우후죽순 생겨만 나는 카페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수많은 카페의 폐업을 보았을 때  앞으로의 바리스타 생활도 점점 힘들어보였다.

오랫동안 일했던 카페를 떠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개인 카페를 차려서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공장을 향해 안산으로 떠났다.


안산에서의 삶은 가혹했다. 아니, 사회가 가혹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월급은 적지 않았으나 이상하게도 지출이 늘 예상보다 많았기에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큰 마음을 먹고 들어온 회사는 정오의 전화 한 통으로 남자를 버렸다. 꽤나 비참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겪는 동안 누구도 곁에 없었다는 것이, 남자를 가끔 외롭게 하였다. 참. 쓸쓸하고 어두운 나날이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들을 부러워했고, 정규직들을 부러워했다. 남자가 혼자 원룸에서 홀로 조용한 밤을 보낼때, 남자를 제외한 모두들 넓고 풍요로운, 아름다운 세상을 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남자는 계속해서 일을 하며, 글과 그림을 만들어야 했다. 비록 지금은 어두울지라도 점점 조금씩 빛을 향해 간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언제까지고 깊은 어둠속에서 망설이고 있을 순 없었다. 곧 서른 하나였기 때문이다.


남자는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 자그마한 스케치북을 사서 '31'을 스케치했다. 작업은 주로 퇴근을 하고 나서 들리는 단골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스케치를 하는 남자를 보고 누군가 '참 열심히 그리네.' 라고 말했다. 그렇다. 남자는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남자의 첫 번째 스케치.


두 번째.
세 번째.


남자는 세 번째 스케치를 선택했다. 첫 번째 이미지는 너무 추상적이었고, 두 번째 이미지도 추상적이며, 너무 공간이 빈다는 느낌이 들었던 탓도 있었지만 세 번째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든 탓도 있었다.

여튼, 남자는 세 번째 스케치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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