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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Nov 21. 2023

흑당, 크림 이야기 1

저희는 통영에서 태어났어요.


 통영이란 곳을 아시나요? 경상남도 끝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예전에는 충무라는 이름이었어요. 충무김밥이란 음식에는 아직도 그 이름이 남아 있어요.

도시의 이름이 바뀌어도 통영김밥으로 바꾸지는 않더라고요.

저 흑당과 내 자매인 크림이는 통영에서 태어났어요.

바다가 아름답고 먼 옛날에 이순신이란 장군이 그 바다에서 쳐들어온 일본군을 많이 무찔렀다고 해요. 사람들은 남의 나라를 갖고 싶으면 쳐들어가고 전쟁이란 걸 한다고 해요.

바다가 맑아서 해산물이 많이 나고 맛있다고 해요. 사람인 지금의 우리 엄마도 그 해산물을 먹으러 통영에 자주 간다나 봐요.       


 제 할머니는 은총이란 이름의 절세 미녀랍니다. 원래 아기 때 버려져서 거의 죽어 가던 새끼고양이였는데 연극을 하다가 망해 고향으로 내려온 감독이란 사람이 발견해서 보살폈더니 살아나서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 다시 살아났다고 이름이 은총이래요. 크기는 다른 고양이보다 훨씬 작지만 털은 삼색보다 더 많은 색으로 눈은 아이라이너를 칠한 듯 동그랗게 까맣게 되어 있어서 한 번 본 사람들이나 고양이 남자들은 반해서 졸졸 따라다니게 된대요. 그 미모 덕분에 할머니가 1살도 되기 전에 임신을 했어요. 저한테는 이모나 외삼촌이 되는 분들과 제 진짜 엄마 상실이가 태어났어요. 엄마를 제외한 다른 고양이들은 할머니처럼 예뻐서 다 딴 집으로 가고 우리 엄마만 할머니와 감독님 집에 남게 되었어요. 엄마는 턱시도인데 약하고 별로 예쁘지 않다고 해요. 제 눈에는 너무 예뻤는데 말이죠.     

 

 엄마도 1살이 되기 전에 아빠와 연애를 해서 우리를 낳았대요. 제 형제는 저까지 4마리였어요. 삼색이가 남자애였는데 제일 먼저 누가 데려가고 저와 똑같은 까만 애와 턱시도인 크림이 이 세 마리는 여자애라 남아 있었는데 제 사진을 본 지금 엄마의 딸이 저의 동그랗고 깊은 눈에 반해 서울에서 통영까지 내려와서 저와 같이 있던 크림이 까지 데리고 왔어요. 원래는 저만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크림이와 너무 제가 잘 놀았대요. 그래서 떼어놓기가 미안했다나 봐요. 엄마 차로 왔는데 할머니랑 엄마도 같이 서울로 와서 병원에 갔어요. 수술인가 뭔가를 한다고요. 지금은 완전 우리 집이지만 온 첫날은 엄마 집이 어색했어요. 그래도 엄마 상실과 함께라 참을 수 있었어요. 아직 젖도 먹을 수 있었고요. 근데 하루가 지나자 사람 엄마가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가버렸어요. 우리는 계속 침대 밑에 숨어 있어야 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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