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학생들을 응원하며...
대치동에서 일본어 외고 수업을 한 지도 벌써 15년쯤 되었다. 자타공인 일타라고 자부해 왔건만, 작년 1학년 학생들이 다른 학원으로 한 명, 두 명 옮겨 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세가 역전이 되고 말았다. 물론 학생 수 전체를 놓고 보면 내가 제일 많지만, 그 이유가 계속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다. 원인은 물론 나에게 있을 것이다. 불같은 성격? 차별? 차가운 말투? 같은 설명을 지루해함? 셀 수 없이 없이 다양한 이유가 떠오르고 한 명씩 대입하며 정을 떼는 작업을 새해가 밝아서 며칠간 계속했다. 일단 내 학생으로 만나면 웬만하면 정이 가고 잘 잊지 못한다. 많은 선생 중에서 날 선택해 준 고맙고 소중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다가 깨고 더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병이 나면 주변에 알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좋은 방법들이 집단지성 속에서 나온다고. 이럴 때도 마찬가지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남은 학생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체면도 없고 자존감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난 반성을 해야 한다. 제대로 반성을 하려면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위로를 건네준다. 자신들은 괜찮으니까 남아 있지 않냐고.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라고 한다. 결론은 수학학원도 최상급만 가는 학원이 있듯이 나의 수업방식은 최상급의 학생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멀어져 가는 학생들은 최상급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밖에서 혹시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굉장히 재수 없는 집단으로 치부될 거 같다.
결론이 났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에 관한 문제는 변함없다. 모든 수준의 학생들을 끌고 가야 하는데 역부족인 강사라는 것이다. 수업방식이나 내용을 다시 수정해야겠다. 사실은 이제 슬슬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언제까지 욕심을 부리며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도 꼴불견이다. 라이벌 선생에게 학생들을 뺏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 그 선생은 대치동에 발을 딛고 3년 차라 물이 오를 대로 올랐을 때다. 가장 무슨 일인가를 시작했을 때 3년째가 열정과 노하우가 최고치가 된다. 강의 내용과 방식이 어떻든 그 사람의 황금기가 있기 마련이다. 마음을 비우고 더 반성하는 수밖에 선택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