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흑당의 눈썹과 수염이 점점 없어져 간다. 원래 온몸이 다 까매서 자세히 봐야 보이는 눈썹과 수염이지만 거의 없다. “왜 이래? 흑당아, 니 수염과 눈썹 어디 갔어?” 붙잡고 물어봐도 놀러 가야 하는데 붙잡지 말라고 짜증을 부린다. “엄마, 놔줘, 나 크림이랑 놀아야 돼!”라는 듯이 낑낑거린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자 흑당을 보면 수염과 눈썹만 보게 된다. 크림이는 눈썹도 수염도 하얗게 곱게 길러져 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하던 어느 날, 두 마리가 서로 그루밍을 해 주고 있을 보고 말았다. 짐작은 했지만 정말 크림이가 흑당이의 수염을 핥다가 이빨로 똑똑 끊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좀 핥다 보면 뻣뻣한 수염도 부드러워지는 걸까? 이빨로 똑똑 소리를 내며 끊고 있었다. 거의 잠들고 있는 애들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크림이! 뭐 하는 짓이야?” 자려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쳐다본다. “ 이 바보야, 수염을 끊어 먹고 있는데 왜 가만히 있어?”
시간이 지나도 흑당이의 눈썹과 수염은 자라지 않고 있다. 볼 때마다 얼굴을 못 건드리게 쳐다보고 떼어 놓고 하고 있다. 왜 크림이는 그런 짓을 하고 있을까? 욕구불만? 그리움? 버려졌다는 서글픔? 자신을 두고 일본으로 떠나버린 언니 때문일까? 고양이가 고양이의 털을 이빨로 똑똑 끊는다는 얘기를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어 이유를 모르겠다. 크림이 털을 몇 번이나 잘라 버릴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참았다. 고양이가 뭘 알까 싶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3월이 되어 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흑당이 수염이 좀 자란 거 같다. 어쩌면 흑당이는 자매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털쯤이야 네가 잘라먹어도 괜찮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