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동생

by 하 현

얼마 전 30년 만에 친구 동생을 만났다. 친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 때도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입학식 때 엄마들끼리 선후배라 인사만 한 사이였다. 일본 대학에는 나보다 1년 후배로 같은 과에 입학해서 다시 만났다. 보통의 인연은 아니다. 친구의 동생은 6살이 어렸다. 일본에 언니를 만나러 놀러 오면 나와도 몇 번 만나 적이 있다고 한다. 솔직히 난 잘 기억하지 못한다. 무슨 말을 했는지 같이 뭘 했는지 전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몇 달 전, 몇 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고 친구는 동생과 싸워 8년째 만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자 형제를 늘 원했던 나는 의아했다. 아니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왜 싸워서 안 만나? 그러자 친구는 동생이 덤비고 싸가지가 없다고 했다. 그랬던 그녀들이 화해를 했고 동생이 나를 제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너 놀았지? 라고 그 옛날에 내가 친구 동생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실제 조금 놀았고(?) 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업하는 남편을 만나 남매를 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셋 모두 술을 좋아해서 밥과 반찬을 안주로 술을 마셨다. 친구와 난 이미 예전처럼 많이 마실 수는 없지만 친구 동생은 아직 팔팔하게 쭉쭉 들이켰다. 부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몇 시간 쯤 지난 얘기와 사는 얘기를 하다가 동생이 간간히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치 연애하는 사람처럼! 난 또 바람인가 잔뜩 흥미진진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 동생의 외모도 심상치가 않았다. 허리까지 오는 굵은 파마머리는 반쯤만 흐린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고, 옷도 화려한 색의 집시 풍이었다.


직설적인 나는 참지 않고 물었다. 연애하니? 그러자 동생은 뭐 비슷한데 바람은 아니야! 라고 한다. 뭐지 하는 궁금한 얼굴을 하자, 그 간의 여러 경험을 얘기해 주었다. 요즘 외국인들과 사귀는 앱이 있는데 거기서 채팅해서 대화만 한다고. 작년인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혼자 동남아 어딜 갔는데 캐나다 남자가 말을 걸어와 아직까지 이 메일로 대화하면서 썸을 타고 있다고. 난 바로 그런 사람들 위험하지 않니 라고 물었다. 사기 피해가 많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보는데 말이다. 그러자 동생은 자신은 몇 마디 물어 보면 바로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옆에서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몇 십 년 봐 온 사이라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동생은 결혼생활이 괴롭다며 술을 계속 마셨다. 덕분에 혼자만 계속 취했다. 집에도 못 가게하고 술을 계속 마시자는 그녀를 보며 내가 말했다. 그 짓도 얼마 안 남았다. 실컷 해라. 갱년기를 맞고 여성 호르몬이라는 것이 서서히 줄어 가장 좋은 것은 외로움과 알 수 없는 슬픔이 없어진 일이다. 나 역시도 저녁만 되면 못 견디게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슬프고, 죽고 싶고, 누군가가 그립고 싶고!


흰 머리가 자꾸 생기고, 얼굴이 처지고, 살이 계속 찌고, 주름이 감당할 수 없이 늘고 있다. 여자라는 매력을 점점 잃어간다. 하지만 오랫동안 시달려 온 누군가를 갈망하는 마음은 사라져 자유롭다. 사랑을 하고 싶다는 감정이 서서히 사 그러 들고 있다. 과거에 사랑했다고 여겼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과연 그게 사랑이었을까 싶다. 욕심과 그저 호르몬에 의한 본능이 아니었을까 싶다. 속된 말로 욕정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또 모른다. 70, 80살이 되어도 불같이 사랑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하니 속단하기는 이른 걸로 하자. 인생이 즐거운 것은 항상 뒤통수를 쳐 줘서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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