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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울프 KIMWOLF Jun 25. 2018

특별한 사람

인디밴드 [ 사람또사람 ] 의 특별한 사람



'작년에 일어난 것 같은 일이 벌써 몇 년 전이라고?'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시간이 흐르면 떠날 사람은 떠난다. 그래도 결국에 남는 것은 또 사람이다.





_몇 년 동안 이따금 그들의 공연을 찾아갔다. 뮤지션과의 신기한 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노래 '특별한 사람'을 듣기 위해서다. 들을 때마다, 듣고 나서, 한참 지나서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노래. 라이브의 구성이 한 편의 시 같기도, 토크쇼 같기도, 라디오 사연 같기도 한 노래. 내게는 꽤 오래된 노래, 참 좋은 노래다.



사람또사람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곡  /  2018년 6월 6일,  희심정 이라는 예쁜 공간에서 / 한옥이라는 공간과 사람과 자연의 관계, 모든 것이 어울리게 완성해 주는 음악


_나는 '사람, 사람다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반대되는 말로는 '기계적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완벽한 효율, 빈틈없이 치열하고, 실수할 줄 모르는 삭막함을 뜻한다. 어처구니없는 실수, 엉뚱한 상상, 바보 같은 짓은 기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사람만의 고결한 행위이다. '사람또사람'이 '기계또기계' 같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_살아 있는 것들은 붙잡아 두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다. 노래라는 것도 시대가 좋아져 담아두고 다시 들을 수 있지만,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고 지금도 그렇다. 완벽한 믹싱, 마스터링이 된 음악보다 살아있는 음악에는 녹음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생명력이 있다. 살아있는 음악은 살아있는 것을 춤추게 한다.





*추신 : 특별함에 관하여



과거란 참 특별하지


_고백컨데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연극을 할 때, 중학교 때 운동선수 생활을 할 때,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내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 같은 것이 있다고 믿었다. 생각만큼 잘되지 않으면 또 어떠리, 특별함을 향해 나아가는 기분이 좋았다. 돌이켜 보면 과거란 참 특별하지.



어쩌지? 특별함이 온데간데없어졌다


_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만큼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오히려 다들 너무 특별해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창피한 느낌이 들고, 조금씩 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생이라는 사생대회. 다들 그럴싸하게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데, 밑그림대로 또렷이 선이 칠해지고 색이 입혀진 것은 하나 없고, 나는 밑그림도 그리지 못한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어쩌지? 특별함이 온데간데없어졌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_특별히 이룬 것 없는 인생. 더이상 특별함을 개발하기보다 남들만큼 만이라도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같이 느껴지는 요즘. 내게 특별한 사람은 몇 명이나 남아있을까? 나는 마지막까지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 사람이, 특별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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