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Y HERO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울프 KIMWOLF Jun 01. 2018

서로에게 기대는 숲

세상에는 돈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멋’의 세계가 있다

[ 숲 ]


_’서브컬쳐(Sub culture)' 라는 단어가 장사치들에게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팔리던 2013년, 나 또한 삶의 갈림길에서 ‘이게 다 뭔가?’ 라는 생각이 들던 시기였다. 15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던 친구들은 ‘정신 차린다’는 표현을 쓰며 하나둘 떠났고, 용기없는 나는 떠나지 못한 채로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랬기에 운 좋게 Things we say 의 미국횡단 투어에 동영상 제작 역할로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마음들, 돈과 작업의 관계, 주도권을 가지는 것, 책임과 의무 같은 것들이 부딪히고 있었고, 바보같이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적당히 카메라를 잡고 하는 척을 했다. ‘혼자서는 해 낼 수 없는 일이야.’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_미국의 작은 동네들은 살아있었다. 10대들이 직접 공연장에 나와 밴드들의 취재를 하여 팬진(fanzine)을 만들어 $5~10에 팔고, 스케이트보드 파크 한쪽 구석에서 공연을 앞두고 혼자 목이 터지라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 집의 거실에 친구들을 불러 공연을 하거나 성당이나 교회를 빌려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들에서 공연은 이루어졌고, 공연장은 꽉 차기도 텅 비기도 했다. 무책임하게도 혼자서 감상적인 마음에,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느라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연을 마치고 드럼 뒤에 설치한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데, 그 날 공연의 프로모터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것을 촬영한 것이다.



_사진가, 영상 제작자로 사는 기쁨 중 하나는 가슴 터질 듯 뭉클한, 우연히 스치는 순간을 가끔, 운 좋게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돈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멋’의 세계가 있다. 나는 운 좋게도 아직 서로에게 기대는 숲 속에 살고 있다.


It is great honor to capture the moment of life.


프로모터 : Drew Kelly

자막 및 번역 :  Victor Ha (Things we say vocal)

투어 기획및 진행 : Townhall records


2013


매거진의 이전글 "차 한잔 하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