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젠가김작가 Jan 10. 2023

워킹맘 이직 제안, 얼떨결에 면접까지

2. 나 꽤 능력자인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이직 제안이 왔다.

이직 생각이 딱히 없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솔깃한 제안이다.

1차 화상면접이 나름 성공적이었는지 2차 대면 면접을 보자고 한다.

단, 애엄마라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도, 부각하지도 말라는 당부와 함께..



면접 당일, 회사에 출근하고 오후에 면접을 보려고 했기 때문에

일단 회사에 출근했다. 평소에 안 입던 원피스를 입고 구두를 신었다.

남편이 나를 보더니 '누가 봐도 면접자' 같은 모습이라며 그냥 편한 옷을 입으라고 한다.

그게 트렌드라며. 누가 요즘 차려입고 면접 보냐고 한다.


'라떼는 말이야...' 입에 달고 사는 꼰대라 그런지 편한 복장은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원피스 차림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출산 전에 사서 입었던 옷을

출산 후 살이 빠지지 않은 상태로 입으려니 내 모습이 좀 웃겨 보이기도 하다.


'출근해서 누가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아 오늘 모임이 있다고 하면 되지?

무슨 모임? 무슨 모임이라고 하지?' 뭐 이런 고민을 하며 출근했지만

그 누구도 나의 차림에 대해 묻지 않았다. 다행이긴 하지만 좀 서운했다.

물론, 밀려오는 민망함은 나의 몫이었다.


여하튼, 오후에 일찍 퇴근을 했고 면접 시간까지 꽤 시간이 남아 이 소중한 시간에 뭘 할까 고민했다.

일단 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생각해서 카페를 향해 가던 길에 충동적으로 미용실에 들렸다.

겸사겸사 머리를 하고 깔끔한 모습을 하고 가자. 였는데 결과적으론 맘에 들지 않는 헤어스타일이 나왔고,

분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데스크 직원이 

"000 씨죠? 이쪽으로 오세요~" 라며 나를 반겨주었다. 그곳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중간중간 일하는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표정이 밝아보였다. 순간 기대감이 차오르면서

한 두 달 뒤엔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상상하며

준비해주신 커피를 마시며 면접 전 설문지도 2장을 성심껏 채워나갔다.


분명, 나에게 아기 엄마인 것을 티 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는데..?

면접 설문지에는 나의 가족 사항과 자녀유무, 자녀의 나이,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또한, 집과 회사와의 거리, 출근 수단,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의 하루 자세한 일과까지, 적도록 되어있었다.

애가 없다고 뻥을 칠 순 없어서 사실대로 적었고 동시에 이직에 대한 내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그냥, 좋은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자..'


면접 설문지를 제출하고 5분쯤 지나자 면접 장소로 안내해 주셨다.

어색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자기소개부터 해달라고 하셨고 

자기소개를 딱히 준비해 가지 않았어서 생각나는 대로 횡설수설 소개를 마치고 본격 실무 면접이 시작됐다.


그동안 했던 일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구체적 사례에 대한 대처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30분쯤 실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데 쉴 새 없이 대답하느라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았다.


일단 실무적인 부분에서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하셨는지 근무 조건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역시나 가장 첫 질문은..


"아, 애기가 있으시네요.. 아직 많이 어리네요..."


3초 정적...


"현재 아기 케어는 누가 하고 계시죠?"

뭐 낮에는 어린이집 보내고, 남편이 재택근무 중이라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뭐 그렇게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까. 다른 워킹맘에 비해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을 어필하긴 했으나

100% 안심하는 눈빛들은 아니었다. 


"9-6시 근무긴 하지만, 때에 따라 더 일찍 나오고 야근도 할 가능성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죠?"


솔직히 말해서 그런 부분은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아기가 있다 보니 너무 들쑥날쑥한 근무시간보다는 되도록이면 근무시간은 fix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최대한 그래도 일을 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아기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았지만, 그게 나의 현실이니 부정할 수 없었다.

동시에 조기출근/야근 같은 게 나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머리가 팽팽 돌았다. 


후반부는 주로 실질적으로 워킹맘으로서 이 일을 어떻게 핸들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마도 동일선상의 다른 면접자들은 실무적인 부분이 통과가 되면 

"그럼 언제부터 출근하실 수 있나요?"라는 말이 바로 나올 테지만


나는 중간에 건너기 힘든 강이 흐르고 있었다. 육아의 강. 

워킹맘, 쌍둥이맘이라는 벌써 듣기만 해도 힘든 그 타이틀.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해도

'과연 네가...? 애가 둘이나 있는 네가..?'라는 눈초리가 느껴졌다.


에라 모르겠다~ 그 뒤로는 정말 필터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뭔가 어긋났다고 느껴져서인지 그 뒤의 대화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고 나오는데 아쉬움보다 이 찝찝한 기분은 뭔지...




"망했어~~ 몰라 내가 애만 없었어도 고민을 안 했을 거 같은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뭐~~"

면접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다. 


그렇지만, 사실 높은 연봉 말고는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어서 뭐 안 가도 상관은 없다.라고 정신승리를 

하긴 했지만, 앞으로 내가 이직을 하려고 한다면 워킹맘으로서 이런 상황들은 필연적인 거고 어떻게 대비,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보통 워킹맘으로서 이직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1. (아기 케어를 위해) 가까운 곳으로 이직

2. (아기 케어를 위해) 월급을 덜 받지만, 칼퇴가 보장되고 업무강도가 낮은 곳으로 이직

3. (아기 케어와 상관없이) 더 높은 연봉에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 = 능력자 


나에게 이번 케이스는 굳이 따지자면 3번에 가까운 케이스였기 때문에 

그래도 잡마켓에서의 나의 위치가 아직까지는 쓸모 있는, 괜찮은 거구나. 생각하며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라고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전화가 온다. 

"000 씨, 혹시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저희는 ASAP 이면 좋거든요"


"아.. 저도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내일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공은 나에게 넘어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복직 6개월 차 워킹맘, 이직 제안받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