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할 일은 해야 하는 1인 가구에게 바침
코로나에 걸렸다.
남들 다 걸릴 때 멀쩡하다 이제야 걸리니 회사에 알리기도 민망했지만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이 이제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닌지라 다들 놀라기보다는 잘 쉬고 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늦게 걸렸다고 해서 덜 아픈 건 아닌 법, 아니나 다를까 격리 첫날 수다 떠는 맛으로 살던 목이 완전히 나가버렸고 발열, 식은땀, 두통, 마른기침, 코막힘까지 각종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더니 격리 3일 차인 현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잘 쉬고 있어?
친구가 물었다. 엄마는 때때로 전화해 나를 안쓰러워하고 잠이라도 푹 자라고 했지만 1인 가구가 아플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 이상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약을 먹으려면 레트로트 죽이라도 데워야 했고 아프다고 해서 여분의 수건이 생기는 건 아니었기에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서라도 세탁기는 돌려야 했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기어코 베란다에 나가 세탁기에 세제를 집어넣다 마른기침에 세제를 흘리고야 말았다. 아이고, 인생아.
참 그 와중에 먹고살겠다고...
어떻게든 빨리 낫겠다고 기어이 세탁기를 돌리고서는 물을 끓이고 냉장고 구석에 처박혀있던 생강청을 꺼내 달여마셨다. 아픈 몸을 굳이 일으켜 세탁기를 돌리고 낫겠다고 차를 마시는 꼴이 우스워 헛웃음이 나왔다. 환자 병수발을 자기가 드는 꼴이라니. 오랜 시간 혼자 살아온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나로서 살아가는 일에 참 많은 노력이 필요했겠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자기 관리로 여겨지는 일련의 행동 그 기저에 어떤 부담이 있었을지 나로서는 이제야 가늠해볼 뿐이었다.
일어나서 좀 먹어봐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끙끙거리다 누군가가 쑨 죽을 받아먹고 그도 싫으면 등을 돌리고 그랬었더랬지. 그게 좋은 시절인 줄도 모르고. 하지만 이제 내 몸은 클 대로 커버린 자취 4년 차,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도 익숙해지고 어떤 시절이나 사람이 그리워질 일도 없을까. 문득 세상의 모든 1인 가구가 건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기 좋은 계절은 없어서 이따금씩 아프더라도, 세상이 1인 가구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었으면. 기어코 해야 할 일은 하더라도 모두 외롭다 생각지는 말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