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전하는 축사
언니는 지난 7월에 결혼했다.
가족들 중 누구도 언니의 결혼을 서운해하지도, 섭섭해하지도 않았다.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형부 옆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였으니까. 동생인 나로서는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사랑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는 평온함이 존재한다는 걸 그에게서 배웠기에.
그런데 왜 난 드레스를 입고 대기실로 향하는 언니를 보았을 때, 쏟아지는 꽃가루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언니를 보았을 때 그토록 눈물이 났나. 언니의 결혼식이 100일쯤은 지난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난 언니를 사랑하지만 형부가 줄 수 있는 행복만큼 언니에게 기쁨을 가져다줄 순 없을 것이다. 가족이 줄 수 있는 것들과 연인이 줄 수 있는 행복의 형태는 다르니까. 그걸 몰랐던 건 아닌데 막상 언니가 그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내심 서운했던 것 같다. 언니가 행복하니 분명 그걸로 됐는데. 형부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언니가 새삼스럽게 예뻐서 박수를 치다가도 눈을 비볐다.
언니와 나는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다. 서럽고 아프면 울고 보는 나보다 눈물 삼켰던 언니는 그 가슴에 아마 내가 모를 생채기를 안고 살아왔을 것이다. 나는 언니와 그 아픈 시간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여겨지면서도 그런 우리 자매가 딱하다.
이제 나는 그 아픈 기억과 상처받았던 어떤 시절은 잊고 언니가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누리고 살길 바란다. 나와 함께 했던 어떤 시절은,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는 자신의 행복쯤은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앞으로 언니가 만날 계절과 모든 시절은 전에 만나지 못한 행복들이 가득할 거라고. 전하지 못한 축사를 이제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