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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Mar 01. 2020

하루 종일 책 읽고 싶습니다

보디빌더들이 일반인보다 더 유연한 것처럼

책은 막상 읽기 시작하면 항상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책을 펼치기가 참 힘드네요.

유튜브 같은 자극적이고 짧은 동영상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조용히 있는 활자는 손에 잘 안 잡힙니다.

그래도 솔직히 아무런 의심 없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책 속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인데요.

책을 펼치는 게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겁니다!


책 읽을 때는 아무런 소리가 없거나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를 잔잔하게 틀어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밝고 맑은 ost 보다는 좀 슬프고 가라앉는 것이 좋습니다.

오로지 책 속의 문장만이 저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거기다가 따뜻한 조명을 켜 두면 모든 것이 평화롭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이 세상에 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자유를 느끼고 불안한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그저 이 방이 제가 느끼는 모든 세계인 것 같습니다.

절대 작지 않습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죠.

2cm도 안 되는 두께에 이렇게 깊은 세계가 있다는 것이 매번 놀랍습니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아 사람이, 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를 깨달을 때가 많습니다.

김봉곤 작가님이 하신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소설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감정'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몰랐던 일을 경험하는 것은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는 일이고, 쓰지 않으면 결코 모를 감정들을 알 수 없는 채로 남겨두는 일이 싫기 때문에 나는 쓴다.

책을 통해서 내 인생에서 

벌어지기 힘든 일, 벌어질 수 없는 일,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을 알게 되고, 

그래서 직접적인 영향 없이 새로운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에 대한 경험이 저의 마음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땅땅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보디빌더들이 일반인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것,

최대 수축과 최대 이완을 통해 근육의 질과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몸과 마음 모두 유연해지고 싶어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ㅎㅎ








요즘 부쩍 글을 많이 씁니다. 그저 제 생각일 뿐이고,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제겐 또 하나의 다른 세계입니다.

이 한 공간 안에서 저는 벌써 두 개의 세계로 통하고 있습니다.

각 책마다 하나씩 세계가 있고, 작품집 같은 경우는 여러 개의 세계가 들어 있으니

제 방은 벌써 수십 개, 수백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셈입니다.

그걸 펼쳐서 경험하는 것은 제 몫인데, 작은 휴대폰의 세계가 자꾸 더 눈에 들어오네요.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럴까요.


어제는 책 읽는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주말마다 휴대폰 데이터를 끄고 살아야겠다'

급하면 전화가 오지 않을까요. 끊고 잠시 있어도 아무 일이 없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척합니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이 욕조에 들어가 8시간(?) 동안 독서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을까요.

손가락 하나만 까딱거리면서 그 누구보다 멀리, 깊이,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갔다 왔을 거 아닙니까.

여행을 통해 마음이 한층 더 건강해지고, 강인해졌을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그럼 이만 

다시 책을 펼치러 가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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