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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Oct 06. 2023

우리 아이에게 보여줄 영어 유튜브

영국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유튜브 채널 5개

이번 추석 연휴는 세 식구끼리 조용하게 보내게 됐다.

같이 볼 영화를 몇 편 골랐고, 큰 마음먹고 장기, 바둑판 세트를 구입했다.

비록 장기 규칙보다는 알까기에 더 흥미를 보이긴 했지만 30분이나마 TV 시청을 대체할 거리를 찾았다는 데 만족한다.


우리 집은 영상 시청에 있어 나름의 기준이 있고 가족 모두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유튜브, 영화, TV시청은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보기
둘째, 아빠 또는 엄마와 함께 시청하기
셋째, 아무런 메시지가 없거나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면 즉시 다른 영상으로 돌릴 것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게 된 후로 부쩍 포켓몬스터, 또봇, 카봇, 요괴워치, 신비아파트 같이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만화를 보겠다고 매일같이 떼를 쓰길래 만들게 됐다.


[우리집만의 규칙]


5살 아이에게 조금 가혹한가 싶었지만 다행히 잘 따라줬고 지금은 금요일 밤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일주일 중 가장 멋진 날이 되었다.

그럼 셋이 다 같이 뭘 보느냐고?

현지 또래보다 영어가 항상 뒤처져 수줍고 자신감 없는 아이였던 아들에게 유치원 선생님이 권해주시던 유튜브 채널들을 아들은 여전히 좋아라 한다. 좋은 영어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싶을 부모들을 위해 아들이 사랑하는(했던?) 채널을 공개한다.



1. Curious George (호기심 많은 조지)

한스 A. 레이-마그렛 레이 부부의 동화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동명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정글에 살던 꼬마 원숭이 조지가 노란 모자 아저씨와 함께 세상을 배워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폭력, 욕설, 비방 게다가 식상한 권선징악적 결말 따위는 없는 아주 순한 맛의 애니메이션.


동화책이 쓰인 1939년도 시대상이 반영된 탓에 다소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유튜브에 검색하면 365일 내내 봐도 다 못 볼만큼 영상이 많은 건 큰 장점이다.


EBS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말 더빙 콘텐츠는 거의 찾지 못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주인공 조지가 말을 하지 않고 내내 '우우우'로 인간과 소통하기 때문에 영어에 이제 막 노출된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



2. Hey Duggee! (헤이 더기!)

2세에서 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BBC가 제작에 참여한 영국의 유아용 TV 시리즈.

우리나라에서는 대교가 판권을 정식으로 수입했는지 우리말 더빙판은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 자체 교육 콘텐츠로 활용하는 듯.



큰 개 더기(Duggee)가 이끄는 키즈 클럽에서 클럽의 다람쥐인 아이들은 모든 종류의 활동에 참여하고 성취에 대한 보상으로 배지를 얻는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탐험, 도전, 용기, 우정처럼 유아들에게 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고 게다가 채색이나 그림채도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쓰는 영국식 영어발음이 참 매력적.


무료 또는 유료로 구입해 다양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점도 좋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Cbeebies'로 검색하면 BBC이 직접 제작한 앱을 찾을 수 있다.



3. Blippi! (블리피)

미국의 대표 깨방정 아재 블리피.

1기 블리피 스테빈 존 2014년 첫 영상을 시작으로 명실공히 미국의 대표 교육콘텐츠로 성장한 블리피.

미국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직업 소개하고 특별한 장소를 소개하는 캐릭터이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항상 빵댕이를 흔들면서 다닌다.)


아이스크림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 공룡 박물관 가보기 등등 5세에서 9세 어린이가 좋아하는 체험형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데,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영상들이 정말 많다.

(미국에서는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반복적인 음악 사용, 블리피의 단순한 성격 묘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부모도 있다고...)


육아휴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블리피를 대신해 등장한 깨방정 블리피 2기

팬데믹 시기에 아동 콘텐츠 기업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과거에 비해 상업적인 콘텐츠가 크게 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어디 영상제작이라는 게 자선사업은 아니지 않은가? 부모가 중간에서 적당히 걸러주면 될 문제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대화와 유용한 표현들이 20분 남짓 이어지는 에피소드 안에 가득 담겨있다.



4. Carl's Car Wash


진흙 범벅된 차를 끌고 다짜고짜 찾아온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칼. (본격 직업체험 애니메이션이랄까?)

칼의 세차장에는 바퀴가 달린 세상의 모든 탈 것이 세차를 하러 찾아온다. 심지어 UFO도 등장하는데 이제 막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 2-3세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유튜브 애니메이션.


차에 똥이 엄청 묻었어! 깔깔깔 빨리 씻어야 돼


사실 내 눈에는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할 때마다 아들은 깔깔거리며 똥에 범벅된 차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좋아했다.

요즘에는 주인공 칼이 어려움에 처한 자동차들을 구해주는 슈퍼히어로로 변모하면서 영상 속 영어 표현이나 내용이 훨씬 알차진 느낌을 준다.

내 아이가 '빵빵'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다면 함께 시청하면 좋을 콘텐츠이다.


5. Tractor Ted (트랙터 태드)


영국 지방도시 소머셋(Somerset)의 유기농 농장에서 탄생한 트랙터 태드.

실제 당근을 수확하고, 감자를 심고, 우유를 짜는 실제 모습을 담은 영상 속에 주인공 초록색 트랙터 태드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재미난 구성의 콘텐츠이다.



우유를 짜고, 양털을 깎아 옷감을 만들고, 소의 먹이를 옮기는 과정을 보면서 '동물이 얼마나 우리에게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지, 그래서 이 생명들을 얼마나 소중히 다뤄야 하는지' 각각의 에피소드가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그럼에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주입식이 아니어서 좋다.

뿐만 아니라 재미있다!


나의 최대 에피소드 - (생 당근은 싫지만 당근 수확하는 에피소드는 너무 좋다.)

아들과 나는 트랙터와 자동화된 기계로 당근을 수확하는 한 에피소드에 완전히 매료돼 거의 수 십 번을 돌려봤을 정도로 좋아했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영국의 시골 생활을 담은 영상미도 빼어나고 영국식 영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5개의 유튜브 채널 중 개인적으로는 Curious George와 함께 최고의 채널로 꼽고 싶다.



우리나라 식당에 가면 어딜 가나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주고 어른들끼리 식사를 하는 가족을 쉽게 볼 수 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차갑게 식어 볼품 없어진 음식을 먹는 중에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


세상 사는 모습이 다 똑같지 않냐고?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영국의 식당에서는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주는 부모를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식당에서 제공하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 식당에도 아이들에게 색연필과 색칠종이를 주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아이가 영국의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선생님들은 언제나 좋은 유튜브 콘텐츠를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단 아이가 부모와 함께 시청하고 매 순간 좋은 영상을 보도록 지도해야 한다'라고 항상 강조했다. 위에 추천한 채널들을 꼭 아이와 함께 보길 권한다. 영상을 보며 아이와 수다 떨며 함께 즐겨봤으면 좋겠다. 그럼 영어 실력이 부족한 아이라도 아빠, 엄마의 도움만으로 아이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영상을 볼 수 있다.


내가 영어 콘텐츠를 추천하는 이유는 유튜브로 아이의 영어 실력을 늘리라는 의도가 아니다. 대신 많은 한국의 아이들이 좋은 영어 콘텐츠를 자주 접하며 영어를 우리말과 다를 바 없는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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