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하던 [일인분의 삶] 개정증보판이 곧 출간됩니다.
따라서 브런치에 연재가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다른 이야기는 연재를 계속할 예정이오니 가끔 들러주세요.
그리고 [일인분의 삶] 개정증보판 많이 읽어주세요! ❤️
제목_ 일인분의 삶(개정증보판)
저자_ 이슬기
출판사_ 글이
판형_ 127*188mm
페이지수_ 180쪽
출간일_ 2022년 6월 10일
ISBN_ 979-11-969451-7-6 (03810)
가격_ 12,000원
오로지 나 하나 건사하며 살아내고자 했던 치열한 ‘혼삶’의 흔적들.
나다움을 찾아 떠난 단칸방에서 자유와 책임을 만끽하는 일인분의 삶.
무기력한 회사 생활을 끝내고 나다움을 찾아 퇴사와 독립을 감행했다. 계획 따윈 없이 무작정 시도하고 치열하게 덤벼들었다. 모든 걸 혼자 책임지면서 불안해하면서도 그 누구도 눈치 보지 않을 자유에 해방감을 만끽했다. 취업으로 도망친 길 위에서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1인 가구이자 노마드스러운 노동자의 독립적인 삶은 고단하지만 견딜만하다. 도망치고 방황하고 시도했던 시간을 덤덤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일 인분의 삶(빌리버튼, 2019)》을 고치고 기워 펴낸 것이다. 기존의 에피소드도 방향성만 남겨두고 고쳐 썼으며, 아예 새로운 에피소드도 더러 추가했다. 서툰 흔적을 지우고 싶은 욕심이 빚어낸 결과다. 3년 전보다 단단해진 문장과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다만 솔직함만은 더욱 키웠다. 저마다 삶의 모양은 달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일인분의 몫을 살아내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와 소소한 용기를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이슬기
20대 후반에 퇴사와 독립을 한 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때론 막대한 책임과 불안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뭐든 시도할 수 있는 자유에 행복감을 느낀다.
자칭 글 쓰는 노마드 노동자.
내쫓김의 불안보다 얽매임의 불행이 더 큰 사람.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할 말이 뒤늦게 생각날 때면 어김없이 글을 썼고,
감정이 폭발할 것 같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에 휩싸일 때도 글을 썼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내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금도 글을 쓴다.
인스타그램 @picasophia
브런치 brunch.com/picasophia
들어가며. 혼삶의 시작
<한 칸 살이>
독립이라 쓰고 자취라 읽는다
원룸 스릴러
101호의 여름
샌드위치 공동체
외로움을 집어삼키려
줄어든 만큼 명확하다
홈 오피스의 로망
집을 돌본다는 건
혼자서도 잘해요
<더불어 살이>
랍스터는 먹을 줄 알았지
연애, 할 수 있을까
먹물들의 세계
아이엠 샘
나이 유지 비용
주파수가 맞는 곳
켜켜이 쌓인 먼지를 마주하는 일
무소의뿔처럼
<한 칸 너머 살이>
한강은 아니지만 작가는 되고 싶어
어느 활자 중독자와 책의 연대
스탠바이, 큐!
크로스핏 하는 마음
우울 액츄얼리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노마드로 일하기
도망쳐 도착한 길 위에서
독립 기념일
나오며. 개정증보판에 덧붙여
직장인의 옷을 벗어던지기로 했다. 덤으로 독립이라는 삶이 딸려왔다. 어떤 태도와 방향성으로 준비할 것인가? 우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야 했다. 다르게 살기로 한 이상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어떻게 해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지 고민했고 진정한 자립을 꿈꿨다. 남들이 재단하지 않은 나만의 행복을 찾고자 했다. -7쪽
혼자서 고스란히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한편 내면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글로 새겼다. 글쓰기는 요철로 점철된 내 하루의 위안이었다. 상대방에게 반응하며 즉시 내뱉어야 하는 말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들여 꾹꾹 눌러 담는 글이 내겐 잘 맞았다. 글로 내 이야기를 조금씩 그러모았다. -8쪽
처음 겨울을 나고 몇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적당히 평범하게, 그럭저럭 살 만한 하루들을 모았다. 사는 곳은 집이 아닌 방, 고작 한 칸에 불과하지만 내 영혼의 둘레는 더 커졌고 계속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잘) 울지는 않았다. 마음속에 언제나 낭만 한 되 정도는 가지고 혼자를 즐겨야지, 암요. -20쪽
직사각형의 방. 그 오롯한 한 칸. 이 공간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집보다 밀도가 높다. 살면서 처음으로 얻은 혼자만의 저녁과 밤들. 침묵과 고독은 사색하기 좋은 친구였고, 자기 전 불을 끄고 선물 받은 조명등을 켜면 나만의 작은 우주 같았다. -23쪽
디지털 신호가 없는 방에 흐르는 적막이 좋았다. 좁은 공간이긴 해도 나름 오롯이 감싸여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 적막과 고요는 좁은 칸과는 꽤 잘 맞았다. 나는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인데, 여긴 너무 시끄러운 탓에 도저히 그러질 못했다. -39쪽
먹을 것을 사는 건 가장 쉽고 저렴하게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소비였다. -42쪽
문을 열고 빵집에 들어가 쟁반과 집게를 들고 어떤 빵을 고를지 고민하다 보면 하루의 고단함은 금세 씻겨 사라졌다. -42쪽
혼자의 시간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나를 시험하는 순간이 길어지는 일이었다. 나와 친해지는 한편 쉽게 게을러졌다. 혼자 있는 동안 배고프지 않아도 허한 마음에 먹곤 했다. -45쪽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 없게 되면 우선순위가 생긴다. 그렇게 소유하는 물건들에는 애정이 담긴다. 소비의 폭을 줄이고 소유하는 물건을 거르고 그렇게 나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만들어간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있음으로써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참으로 줄어든 만큼 명확하다. -51쪽
직장이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대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53쪽
혼자 살지 않았더라면 내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까? -62쪽
내가 혼자 살아내려 시행착오와 흔들림을 겨는 순간에도 주변에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삶을 응원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틀린 게 아니라고 말이다. -68쪽
살면서 어느 것 하나 서툴지 않은 게 있을까 싶다. 유독 나에게는 연애가 그랬다. 깊은 유대를 요구하는 관계. 만남과 헤어짐을 아무리 반복해도 같은 건 하나도 없다. 타인이 지닌 특수성은 늘 새로움을 가져다주고 그것에 익숙해질 일은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으려나? -84쪽
돌아보면 늘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우고 성장한 느낌이었다. 가르친다는 건 조금 앞에 서서 이끌어준 게 전부다. 상대방보다 약간 앞에 서서 걷는 사람. 나의 속도보다 나를 뒤따르는 이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신뢰가 늘고 소통한다는 느낌을 얻는 게 아닐까. 시행착오와 반성 속에서 조금씩 유연함을 길러갔다. -96쪽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내 곳간은 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크기면 된다. 그 정도의 비용을 벌 수 있다면 그게 나에게는 성공한 인생이지 싶다. 인생에 있어 꼭 ‘내집마련’만 성공은 아니니까. -101쪽
어디에 속해있을 때 그곳이 가진 항상성과 분위기, 가치 들이 좋으면 계속 머무르고 싶어진다. 내겐 물리적 위치로 모인 공동체보다 같은 관심사로 만들어진 공동체가 훨씬 더 의미가 크다. 덕분에 나 같은 1인 가구도 덜 외롭다. -105쪽
불편한 만남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이미 그것을 안 이상 난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덜한 상태에 나를 두고 싶다. 그래서 굳이 보기 싫은 사람을 참고 견디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내 에너지는 한정적이라서 이왕이면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에게 더 쏟아붓고 싶은 마음이니까. -106쪽
나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강요가 없어진 부모님을 보며 역시나, 가족은 자주 보지 않아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생각이 든다. -112쪽
혼자서 살 때만 느낄 수 있고 건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외로움을 몰아내고 비로소 고독의 밀도가 차오르면, 그것이 밴 한 칸의 냄새가 좋다. 가끔 쌓인 설거지는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두운 골목 사이로 나를 따라다니는 달을 만져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게 나에겐 괜찮은 삶의 단면이자 행복이다. -117쪽
사는 일이 힘에 부치면 마음이 약해진다. 나의 찌질함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부모님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 그런 게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런 얄팍한 마음이 혀끝까지 차올랐어도 매번 삼켜버렸다. -122쪽
어른의 세계에서는 가끔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많은 말 대신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다. -123쪽
글을 쓴다는 게 더 이상 중세의 권력도, 근대 식자층의 전유물도 아닌 세상.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또 요구한다. 나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 한가운데에 있다. -125쪽
사회가 연대하듯 책들도 연대한다. 나는 여러 저자의 독자가 되고 나를 중심으로 모인 저자들은 나만을 위한 연대가 된다. 그들의 발자국은 내가 나아갈 길을 만들고 내 안의 흐릿한 사고를 추동하여 바깥으로 끄집어낸다. 덕분에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고, 물리적으로 겪지 못하는 경험을 추체험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외로움과 고독, 지루함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준다. -129쪽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참고 견디는 시간. 그 시간은 내 삶 속에도 있었다. 나의 독립생활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 그렇기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도, 500원짜리 커피를 마셔도 괜찮았다. 충분히 견디고 감내할 수 있는 삶이었다. 이게 내가 믿고 있는 독립적인 삶이었다. -137쪽
연기도 글처럼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라고 하면 흔히 가상의 인물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인물의 옷을 입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가까웠다. 살아본 적 없는 아이돌 배우를 이해하기 위해 결국 자기 경험이 필요했다. 무대는 나를 발견하는 장소였다. -137-138쪽
운동을 하지 않을 대도 행복했지만 다시 운동을 해서 또 행복해졌다. -144쪽
미니멀리즘 삶을 쓴 진민영 작가는 자아 발전이 행복을 준다면 적당한 선에서 멈춰도 죄책감 따위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자아 발전’이라는 자리에 ‘운동’을 집어넣어 본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자리에 다른 단어가 들어가도 무방할 것이다. -145쪽
일이 적으면 불안하고 많아지면 고된 삶, 이게 바로 프리하지만 프리하지 않은 노마드 노동자의 인생 아니겠는가. -159쪽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성실한 시간이 일을 지속할 체력을 선사했다. -161쪽
일이 곧 삶이라면 그 속에서 내가 주인이고 싶다. 남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하긴 해야겠지만 그 빈도는 줄이고 싶다. 그런 식으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더 많이 하다 보니 그게 직업이 되기도 했다. 글쓰기가 그렇고 책 만들기가 그렇다. 이런 일들 틈에서 분명 나는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삶의 기술은 계속해서 터득해나가는 중이다. 아마도 미래엔 또 다른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뭐든 재미있고 대가가 정당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161-162쪽
일ㅇ하는 시간이 적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으니 하루 시간 대부분을 나하고만 보내게 되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들이 나를 키우고 다듬었다. -166쪽
좋아하는 문장을 가까이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처럼 내가 그와 같이 비슷해지는 것을 느낀다. 공감을 넘어 체화되어 내게 남는다. 그렇게 삶의 방향성이 더욱 견고해진다.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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