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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Aug 01. 2023

미지근한 마음

미지근한 것이 좋다. 뜨거운 열정이나 사랑, 또는 Hot하다는 말, 아니면 차갑고 냉철한 이성과 판단 아니면 Cool하다는 말, 그 사이 어딘가 무해하게 자리 잡은 미지근하다는 말. 온도로 말하자면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시원하거나 차갑지도 않은 온도. 그래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_안도현) 짧은 시에 감동받았던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뜨겁게 타오르는 삶도 사랑도 좋지만, 결국 미지근함을 오래동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더라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얼음을 가득 갈아 넣은 슬러시 급히 마시다가 머리가 깨질 듯 띵해지고뜨거운 국물 들이켜다 입천장 까질 일 없는 그저 미지근한 온도체온과 비슷하여 일상처럼 편안함을 주는추운 겨울을 보내면 조금 따뜻하게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조금 시원하게 와닿는, 봄과 가을의 적당한 미지근함 같은그래서 꽃을 피우고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온도.


미지근함은 자기 온도를 내어주고 바깥 온도를 받아들인 결과로 얻어지는 것. 그래서 미지근한 마음이라면 서로 온도를 나누고 맞춰가며 편안함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이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끝내 맺어진 물과 불의 사랑이 지속되려면, 서로 끓어오르거나 꺼지지 않도록 미지근한 온도로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미지근함은 꾸준함과 통한다.

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미지근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가끔 타오르고 자주 식어가지만, 결국 마음을 꾸준히 데우고 잘 식혀가는 과정이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알고 싶어 글을 써왔다. 내가 쓰는 글이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로 다가가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따뜻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시원하게, 조금은 은근하게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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