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것이 좋다. 뜨거운 열정이나 사랑, 또는 Hot하다는 말, 아니면 차갑고 냉철한 이성과 판단 아니면 Cool하다는 말, 그 사이 어딘가 무해하게 자리 잡은 미지근하다는 말. 온도로 말하자면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시원하거나 차갑지도 않은 온도. 그래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_안도현) 짧은 시에 감동받았던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뜨겁게 타오르는 삶도 사랑도 좋지만, 결국 미지근함을 오래동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더라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얼음을 가득 갈아 넣은 슬러시 급히 마시다가 머리가 깨질 듯 띵해지고, 뜨거운 국물 들이켜다 입천장 까질 일 없는 그저 미지근한 온도, 체온과 비슷하여 일상처럼 편안함을 주는, 추운 겨울을 보내면 조금 따뜻하게,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조금 시원하게 와닿는, 봄과 가을의 적당한 미지근함 같은, 그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온도.
미지근함은 자기 온도를 내어주고 바깥 온도를 받아들인 결과로 얻어지는 것. 그래서 미지근한 마음이라면 서로 온도를 나누고 맞춰가며 편안함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이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끝내 맺어진 물과 불의 사랑이 지속되려면, 서로 끓어오르거나 꺼지지 않도록 미지근한 온도로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 미지근함은 꾸준함과 통한다.
미지근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가끔 타오르고 자주 식어가지만, 결국 마음을 꾸준히 데우고 잘 식혀가는 과정이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알고 싶어 글을 써왔다. 내가 쓰는 글이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로 다가가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따뜻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시원하게, 조금은 은근하게 다가가길 바란다.